이직한 후 벌써 1년이 빠르게 흘렀다. 퇴직금이란 것도 생겼다.
연말이라 인사평가가 이루어지면서 자기 평가서도 작성했다. 나 스스로 되돌아보니 정말 기특한 구석도 많았고 아쉬운 구석도 있었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지만 나는 벼가 아니니까 패스하고 1년을 어떻게 살았는지 조금 더 살을 붙여서 공유를 해볼까 한다.
1. 새로운 시스템 도입과 체계 구축
이직한 회사에 피그마 도입
디자인 시스템 제작(진행 중)
스톡 이미지 구독(스톡이미지 견적 내본 썰은 여기서 확인)
https://brunch.co.kr/@lovelylucia/182
개발자로만 시작했던 현재 회사는 개발자로만 프로젝트를 론칭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결국 그게 아니란 걸 깨닫고 디자이너를 채용하게 된 게 나다. 입사하면서 제품 파악을 하고 문제를 정의하며 해결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과정에서 피그마를 결제해 달라고 했고 개발팀은 이제 피그마를 통해서 협업해야 한다고 제안했었다. team plan을 결제하고 리디자인을 하고 계속 회의를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1차 론칭까지 하게 되었다.
아직도 후회되는 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모든 CRM 화면을 그리지 못한 것, 컴포넌트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 디자인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다른 프로젝트 론칭 때문에 시간에 허덕이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피그마 도입으로 개발팀은 훨씬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게 되었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다. 괴발새발 디자인이더라도 머릿속에만 있는 것과 시각적으로 드러나 있는 것은 거의 박나래와 한혜진 키 차이 급이다.
2. 다른 디자이너들이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도록 중심 역할 수행
초기 스타트업들의 고질적인 문제는 팀 빌딩이 얼마나 잘 이루어져 있느냐다. 보통 두 가지를 많이 봤는데 매너리즘에 빠질만한 C레벨급의 인재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 아니면 주니어급 인재들이 맨땅에 헤딩하는 경우, 이 두 경우를 제일 많이 본 것 같다. 전자의 경우는 C레벨급의 몸값이 워낙 높기 때문에 투자를 엄청 많이 받은 스타트업이 아닌 이상 보기 힘든 케이스이다. 보통은 후자의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니어 디자이너가 없으면 디자이너들이 입사를 잘 안 하려고 하는 경향이 크다.
우리 회사 같은 경우에는 다행히 미들급 인재들이 중심을 잘 잡아주고 있어서 프론트엔드팀이든 벡엔드팀이든, 팀 확장이 잘 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부산 디자인팀과 서울 디자인팀을 합치면 총 7명의 디자이너가 있는데 처음에 나 혼자로 시작했던 디자인팀이 이 정도 자리 잡기까지엔 내가 중심을 그래도 잘 잡고 있어서(!) 그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퇴사만 안 하고 자리만 잘 잡고 있어도 이 역할은 잘 하지 않았나,하는 좀 오만한 생각도 든다. 나 말고 미들급 한 명은 1년도 안 돼서 퇴사를 했으니 말이다.
3. 브랜딩에 기여
나는 UI/UX 디자이너이지만 시니어 디자이너로서 브랜딩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명실상부 요즘은 브랜딩의 시대다. 퍼스널 브랜딩 시대에서 살고 있는 만큼 개인이든 기업이든 브랜딩은 꼭 필요한 요소이다. 마케팅팀에서도 그런 목소리가 나온다. 요즘 바이럴 & 숫자로 하는 마케팅도 지났다고. 지금은 브랜딩 마케팅 시대라고.
조직이 구성되고 기업이 성장하려면 브랜딩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현재 전문 BX팀은 없지만 항상 염두에 두면서 디자인했다. 브랜딩 기여에 대해 데이터로도 수치화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4. 다수 프로젝트에 성실히 참여
디자이너는 뭐니 뭐니 해도 디자인 아웃풋으로, 시각적 결과물로 자신을 드러내야 한다.
비록 드롭된 프로젝트도 있지만 그것마저도 사업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CRM도 결과적으로 그럴듯한 수익까지 이어졌으면 참 좋았겠다만 아직까지는 좀 아쉽다. 내년을 기약해보려고 한다. 나름대로 회사가 특허권도 받았고 론칭도 했으니 그런대로 결과물은 좋다고 생각한다.
5. 아쉬운 점
디자인 실력이 많이 늘었나 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no! 이다. 여전히 내 디자인은 그지같고 답보 상태다. 동료 디자이너들이 늘었으니 내년엔 나도 적극적인 피드백을 받아보면서 성장해보려고 한다. 시니어도 주니어, 중니어에게 피드백을 받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열려있는 사고를 해야한다.
6. 내년 계획
내년엔 주니어 디자이너들이 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디자인팀의 내실을 다지려고 한다. 주니어 디자이너들 뿐만 아니라 다른 디자이너들도 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계획중이다. 기획팀과 함께 고객여정지도를 만들면서 사용성 개선을 한다든지 사내 디자인 컨퍼런스를 개최한다든지 말이다. 여러 가지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디자인 시스템도 더 디벨롭시키고 동기부여를 줄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좀 더 다듬고 성장하고 함께 나아가서, 나도 잘되고 너도 잘되고 모두 돈 좀 더 버는(이게 중요하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고 한다.
블렌더도 공부해볼 계획이고 디자인 컨퍼런스에도 참여해볼 생각이다. 회사가 좋은게 이런 참여 기회를 많이 권장한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투자 쪽에도 좀 더 공부해야지. 책도 더 읽고 100대 명산도 한 10개는 더 가봐야 하고. 이래저래 할 일이 많은 2024년도가 될 것 같다.
회고란 건 정말 필요한 작업이다. 누군가에게 꼭 어필하고자 하는 의도뿐만 아니라 나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작업이니 꼭 해보았으면 한다.
한 해동안 정말 감사한 일이 많았던 것 같다.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에는 멋진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