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치료 중입니다. 협조해주세요
며칠 전에 김창옥 이사님(으로 승진하셨단다)의 토크 콘서트에 다녀왔다.
강연중 으레 하시던 나비 포옹에 대해서 말씀을 하셨다. 하루 15번 이상 포옹을 하면 정신질환이 낫는다는 부가 설명과 함께. 나는 정신 질환에서 갑자기 꽂혔다. 나는 정신 질환자다. 경계성 인격 장애와 공황 장애가 살짝 있고 조울증도 좀 있는 것 같다. 물론 병원에 갈 만큼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현대인이니까. 현대인이라면 다들 정신 질환은 기본값으로 조금씩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아무튼 그 정신 질환이 낫는다는 기똥찬 방법을 다음날부터 써먹어보기로 하였다. 병이 낫는다는데 뭘 못할까. 갑자기 엄마가 안 하던 행동을 하면 가족들이 경기를 일으킬까 봐 저녁 밥상에서 넌지시 얘기했다.
"하루에 15번 이상 포옹을 하면 정신병이 낫는대. 내 치료 방법에 다들 협조 좀 해줘."
다들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다음 날, 남편이 출근할 때 팔을 번쩍 들어 '나를 안고 가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남편은 멋쩍은 표정으로 나를 안아줬다. 어색하고 쑥스러운 공기가 흘렀고 남편은 조용한 미소를 지으며 현관을 나섰다. 다음엔 재수하는 아들한테 두 팔을 벌렸다. 아들 역시 쑥스러운 얼굴을 하고 나를 어색하게 안아줬다. 확실히 포옹을 하니 뭔가 안에서 에너지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간질간질하고 내 안의 어두움이 걷히는 느낌이었다.
가능하면 매일 아이들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이런 포즈를 하고 있다.
나 레서판다 같지 않냐고 딸내미한테 얘기했더니 나는 너무 커서 무섭단다. 큰아들은 오사카 도톤보리에 있는 글리코상 같단다. 그래도 나의 자가치료는 계속될 예정이다. 사춘기 셋째가 투덜거리듯 한 소리 한다.
"자가치료는 혼자서 하는 게 자가치료야."
그래서 집단치료로 말을 바꿨다. 나는 현재 집단치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