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막둥이는 유독 행동이 느렸다.
말도 느렸고 한글도 꽤 늦게 뗐다.
유독 느린 것 중에 하나는 걷는 속도였다.
우리가 무리 지어 가고 있자면,
한참 뒤에서 별말 없이 묵묵히 따라오곤 했었다.
그럼 우리는 그 아이와 거리가 좁혀질 때까지 기다려주곤 했었다.
내가 워낙 성격이 급해서인지
막둥이의 걷는 속도를 맞춰주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언제나 이 친구는 나와 보폭 속도가 맞춰질까
한 때는 그런 생각도 했었다.
그러다 오늘 셋째 아이 생일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문득 뒤에서 쫓아오는 아이가 없어 살펴봤더니
막둥이는 나보다 앞서 걷고 있었다.
나를 제치고 나보다 앞에 서서 걸어가고 있었다.
언제나 나와 같아질까 답답해했던 건 잠시...
이제 그 아이는 나보다 빨라져 있었다.
많이 컸다는 기특함과 함께 조금은 슬퍼졌다.
'뭐가 이렇게 시간이 빨리 흘러가지' 란 생각 때문인 것 같다.
그 아이는 이제 뒤처져서 걷는 내가
조금 답답할지도 모르겠다.
나이 드는 엄마를 조금만 답답해했으면 좋겠다.
나는 성장하는 아이와 달리
이제 그 아이를 먼저 앞서 갈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