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적같이 연락이 되어 겨우 만난 소중한 동네 친구들이었습니다.
약속 시간에 약속 장소에 도착했는데 별안간 누가 "야!"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라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어느 막돼 먹은 아줌마가 소리를 지르나 했더니 저의 연식만큼이나 오래된 친구였습니다. 이 자식은 여전했습니다.
이제 17개월 된 아들이 있는 친구는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아서 그런가 얼굴이 많이 상해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니 꾸밀 만도 한데 목이 늘어난 티셔츠에 편한 반바지를 입고 나온 친구는 여전히 썅마이웨이였습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거침이 없었습니다. 어른 무서운 줄 몰랐고 하고 싶은 말도 다했고 잠깐 동안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방황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심성은 착하고 여린 친구였습니다. 사람 위할 줄 알고 배려할 줄 알고 뒤끝이 없는 쿨한 녀석이었습니다.
그러던 친구가 얼굴이 많이 상해서 붉은 열꽃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얘길 들어보니 아기 때문에 제대로 끼니를 먹지 못해서 대충 과자와 빵과 라면으로 때운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피부가 안좋아보였나봅니다. 세월을 피해 갈 수 없는지 유독 그 친구만 흰머리가 많이 늘어나 보였습니다. 가슴이 매우 아팠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너무 오래 안 보고 살았구나 싶었습니다.
아기 핑계로 참석을 안 할 만도 했습니다. 이유만 대자면 안 나올 핑계가 수두룩 한데 함께 해준 자체로 너무 고마웠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아기 낳고 첫 외출이라고 기뻐하는 녀석을 보면서 맘이 괜스레 짠해왔습니다. 옛 어른들이 몇십 년 만에 친정에 가서 가족들과 상봉하는 그런 느낌일까요.
마치 지난달에 헤어진 친구들처럼 오랜만에 만났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아주 잠깐 못 만나던 것일 뿐, 그동안의 소식을 몰라 타임워프를 했을 뿐 다들 그 성격 그대로였습니다. 너무 신기했습니다. 이것이 우정의 힘인가 봅니다. 그 파워풀한 우정 덕분에 우리는 신나게 떠들고서도 아쉬운 마음으로 헤어졌습니다.
또다시 엄마로, 직장인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서운했습니다. 차마 '우리 언제 또 보지?' 란 얘기는 아무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울지 아니까요.
제 동생이 한 얘기가 있습니다. 인생은 아이를 낳기 전과 낳고 난 후, 완전히 180도 달라진다고요. 모든 사이클이 아이에게 맞춰지고 모든 시각들이 아이에게 집중되는 거죠. 그것이 나를 버리고 엄마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과거가 소박했든 화려했든 어쨌든 엄마라는 이름 앞에선 한없이 겸손해지고 평등해지나 봅니다. 이런 게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