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프로 이직러다.
5년차 이지만 벌써 면접만 스무 군데 이상 본 것 같다.
그중에서 단골 질문으로 나오는, 실제 면접장에서 자주 들어본 질문 위주로 리스트업 해봤다.
1. 1분 자기소개 혹은 간단한 자기소개
이 시간은 보통 아이스브레이킹이나 지원서를 훑어보기 위한 시간이다. 절대로 필요한 시간이다. 한참 면접을 보러 다녔던 때 노션에 정리해놓고 옆구리만 찔러도 술술 나올 정도로 외웠던 스크립트다. 면접왕 이형의 1분 자기소개 영상을 참고해서 만들었다. 필사기 2개 필수 장착. 정말 이형 영상은 취준생 필수 영상이다. 두 번 보세요. 세 번 보세요!
+덧 저렇게 자기소개했다가 신입같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너무 뚝딱거리고 딱딱했나보다. 경력자 면접에서는 현재 어떤 회사에서 어떤 포지션으로 일하고 있으며 어떤 경험과 경력이 있는지를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
2. 대표 프로젝트 위주로 포트폴리오 피칭
기간(몇 개월동안 했는지), 진행배경, 포지션, 서비스 목표, 성과 순으로 정리하면 좋을 것 같다.
대표 프로젝트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진행했던 로컬푸드 쇼핑몰 구축 프로젝트이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작되었으며 목표는 60대 농부도 쉽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자 였다. 노년층도 어려움 없이 모바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능으로만 디자인하였다. 기획부터 판매 사이트, 백오피스 사이트까지 디자인과 퍼블리싱까지 했던 프로젝트여서 가장 애착이 가는 프로젝트이다. 기간도 가장 길었는데 6개월 정도 진행했었다. 이사로 인한 퇴사 때문에 운영까지는 못해봤지만 퇴사할 즈음에 베트남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수출 계약을 했었다.
비슷한 다른 예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경우도 있다. 왜 기억에 남는지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이어질 수 있으니 잘 준비해 두면 좋다.
3. 디자인 전공이 아닌데 디자이너가 된 이유
비전공자들은 정말 많이 듣게 되는 필수 질문이다. 내가 왜 이 직무에 적합한지 어느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어필했다.
원래 만화가가 꿈이었는데 부모님 권유로 영문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대학생 때 친구가 직접 만든 홈페이지를 보고 동기부여가 되어 독학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 보았다. 직접 디자인한 화면이 브라우저에 구현되는 것을 보면서 성취감을 느꼈다. 컴퓨터를 좀 한다는 이유로 성당에서 홈페이지 관리를 맡게 되었고 좀 더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UI/UX 디자인 쪽으로 노선을 잡게 되었다. 문제를 찾아내고 가설을 세우고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4. 2017년 이전엔 경력이 없는데 그 이유
이것도 거의 필수 질문이었다. 경력 단절 여부가 궁금할 테지. 나이는 있는데 경력이 왜 짧은지 나의 과거가 무지 궁금할 것 같긴 하다. 경력이 너무 짧은 것 같다고 할 땐 프리랜서로도 활동했었다고 한다.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니니까.
육아와 가사에 충실하다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취업 시장에 과거의 경험들을 토대로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화면도 구성하고 디바이스에 구현까지 할 수 있는 직업을 택하게 되었다고 대답한다.
5. 본인의 디자인 프로세스
보통 디자인 스퀴글 형태로 진행한다. 리서치를 하고 컨셉 잡고 디자인을 하면서 중간중간 팀원들이나 상사의 피드백을 받아 최종 디자인 산출물을 낸다. 최대한 많은 리서치를 통해 디자인적인 기준점을 높여놓고 시작하는 편이다.
6. 좋아하는, 혹은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서비스 플랫폼
블라인드를 자주 쓰는 데 사용할 때마다 최소한의 기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보는 어플이라서 항상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커뮤니티에서 꼭 필요한 채팅과 게시글, 회사 평점 정도만 있고 폰트 크기라든지 정렬 방식도 편안해서 사용하는데 참 좋았다. 최근 업데이트를 하고 나서 사용자의 97% 가 불만을 제기하는 것을 보고 제이콥의 법칙(사용자들은 익숙한 방식으로 제품이 작동되길 원한다는 법칙)이 새삼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7. 본인만의 디자인 철학
비슷한 질문으로 어떤 디자인을 하고 싶은지,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다.
사용자가 사용하지 않는 디자인은 죽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을 하고 싶다.
8. 이직하려는 이유
업무 롤이 작아지고 내가 성장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 이직 결심을 하는 것 같다.
9. 지원 동기
지원한 기업이 국내 최초 B2B 시장을 개척한 것에 대해 큰 매력을 느꼈다. 매출액도 긍정적이었고 무엇보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귀사가 일하는 10가지 방식'을 보면서 내가 일하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서비스를 통해 글로벌 시각을 넓히고 많은 것을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이것은 예시이고 각 기업마다 요구하는 인재상과 비전이 다르니 기업 분석을 잘해보고 내가 얼마만큼 이 기업에 대해 관심이 있고 산업군에 애정이 있는지 설명하면 좋다.
10. 이직을 자주한 이유
첫 회사는 이사 때문에 이직을 했고 한 군데는 경영악화로 인한 퇴사, 세번째 같은 경우엔 커리어 성장을 위해 이직을 했는데 이직한 스타트업도 경영악화 때문에 권고사직을 당했다. 업무 롤이 작아지거나 성장이 어렵다고 느껴지면 이직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이번 면접에서는 기획 쪽에서 아웃풋이 나오지 않아 성장하기 어렵다고 느껴서 이직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11. 왜 '하필' UI/UX 디자이너가 되기로 했는지
왜 많고 많은 직업중에 이 분야를 선택했는지 아주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서 설명해드려야할 것 같았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성당에서 재능기부 형식으로 홈페이지 관리 봉사를 했던 적이 있었는데 내가 구상하고 구현하고 실제로 많은 분들이 사용해주시는 것을 보면서 성취감을 느꼈다. 심미적인 부분과 기능적인 부분을 근거를 가지고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방식에 큰 매력을 느낀다. 호기심이 많아 주변에 관심이 많고 문제점을 잘 발견하며 그것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남다르다. 나의 성향과 성격과 잘 맞는 것 같아 UI/UX 디자이너가 되기로 했다.
12. 기획도 할 수 있는지
처음엔 이 부분에 대해서 소극적인 편이었다. 판교의 모 스타트업 면접에서 떨어지고 난 뒤 피드백을 받았는데 본인들은 기획도 할 수 있는 디자이너를 찾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전문적인 기획자가 기획을 해야 서비스 퀄리티가 높아지지 않겠냐고 반문했었는데 아무래도 그 부분 때문에 탈락된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질문이 나오면 적극적인 태도로 대답한다.
이커머스 프로젝트 디자인할 때 기획까지 맡아서 했었다. 샴푸 쇼핑몰 서비스를 맡았을 때에도 메뉴 구성과 타 부서 업무 요청 등을 했었다. 디자이너는 기본적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기획자라고 생각하고 기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책 부분이라든지 세심한 기획은 해보지 않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13. 본인보다 젊은 친구들인데 잘 어울릴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들은 단골 질문 중 하나이다. 워낙 늦게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서 그런가 면접관의 걱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직접 경험담을 통해 잘 어울리고 위화감 없이 지냈다고 했다. 예를 들어 우리 팀 팀장이 나보다 열 살이나 어렸는데 항상 존칭 쓰고 공손하게 대해서 갈등 없이 지냈다고 했다.
14. 어떤 동료와 일하고 싶은지 & 어떤 동료와 일하고 싶지 않은지
긍정적이고 따뜻한 동료, 대화가 잘 되는 동료와 일하고 싶고 고집이 세고 앞뒤가 막혀있는 동료와는 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부정적이고 예의 없는 동료도 싫다.
15. 본인의 디자인 소신과 클라이언트의 요구사항 중 어떤 것을 우선시하는지
예전엔 내 소신과 철학이 거부당하면 좌절감을 느꼈는데 이젠 연차가 되어서 클라이언트 요구사항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게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내 소신대로만 한다면 그건 순수 예술이다. 하지만 업무 마인드셋이나 융통성이 생겨서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반영하되 내 디자인 철학을 녹여서 디자인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16. 나를 뽑아야 하는 이유. 강점 차별점
나는 긍정적이고 적응을 잘하는 사람이다. 조직에 융화가 잘 되어서 빠른 시간 내에 적응하고 동료들과 잘 어울린다. 그에 따라 결과물도 빠르게 낼 수 있게 한다.
경험이 많다. 이커머스와 B2B 서비스, 엔터테인먼트, 뷰티 등 다양한 도메인에서 디자인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떤 프로젝트든 유연하게 접근이 가능하다.
17. 디자인 트렌드는 어디서 보고 배우는지
브런치 작가 활동하며 내가 보고 느끼고 배운 점을 공유 중이다. 그런 작업 과정에서 또 다른 레퍼런스 찾으면 많이 배우고 있다. 주로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에서 레퍼런스를 보고, medium을 비롯한 해외 아티클에서 배우고 있다. 최근에는 UX Writing에 관해 관심이 많아져서 외국 뉴스레터들을 보면서 배우고 있다.
18. 동료와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스몰 토킹과 티타임을 통해서 일단 라포를 형성하고 갈등의 원인을 조금씩 해결해 나간다. 디자이너여서 개발자들과 자주 협업하게 되는데 그때에도 갈등이 생기면 티타임을 가지고 차분히 대화로 해결해 나갔다. 내가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면 상대방도 따라와 준다고 믿는 편이다.
19. 취미 혹은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요즘은 운동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일단 체력과 건강한 몸과 마음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중에는 근력운동, 주말에는 등산을 하고 있다. 운동 외에는 영화 보는 게 취미이다.
20. 출근 거리와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이것도 자주 물어보는 단골 질문 중 하나이다.
출근 거리가 업무 효율성과 연관되어있기 때문이다. 꾸준히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걱정하지 마 오래 다닐 수 있어, 란 뉘앙스를 내뿜어보자. '집 앞에서 강남으로 한 번에 오는 버스가 있어서 출퇴근은 그리 어렵지 않다.'라고 대답한다.
21. 본인의 꿈 혹은, 5년, 10년 후 계획은 무엇인지
나의 가치관에 대해서 물어보는 질문이다.
나의 꿈은 내가 현재까지 치열하게 살아왔던 경험들을 나누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강연을 하고 싶다. 그것이 유튜브이든 세바시든 강단이든 사람들에게 내가 치열하게 살아온 경험담을 공유하는 것이 인생 목표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커리어 성장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커리어로도 성공한 사람이 되어서 강연 자리에 꼭 서보고 싶다.
22. 자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 혹은 경험하고 싶은 점
어느 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이 되고 싶은 게 최종 목표일 것 같다. 나도 내가 입사하는 기업이 글로벌 기업이 되기를 바라며 서포트를 하고 싶다. 글로벌적인 시각과 경험을 넓혀가고 싶다.
23.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궁금한 점
나는 보통 팀 내 빌딩이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인원은 몇 명인지, 팀 내 분위기는 어떤지를 물어보는 편이다. 혹은 투입이 되면 바로 어떤 일을 맡게 될 지에 대해 물어보기도 한다. 시간이 좀 더 있으면 회사의 장기 플랜과 비전도 물어본다. 면접관이 물어봐주길 바라는 걸 물어보는 게 포인트! 귀사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얼마나 입사하기를 갈망하는지 보여주자. 얼마 전에 면접 본 곳에선 다른 이커머스 시장도 많은데 왜 명품 시장을 BM으로 결정했는지 물어봤었다.
면접은 우리가 이 사람과 함께 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판가름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얼마나 성실하게 업무에 임할 수 있는지, 우리 팀원들과 잘 지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소개팅 같은 것이다. 솔직하게 경험한 것을 얘기하고, 실패를 했든 성공을 했든 그 안에서 배운 점을 얘기하고, 내가 이 직무에 얼마나 열정이 있는 사람인지를 어필할 때 이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에게 면접 날짜가 잡혔다고, 대충 면접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 보노라, 라고 했다가 엄청 혼이 났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오는 거라고, 10번의 기회가 주어지는 동안 최선을 다해야지 마지막 한 번의 기회에 합격할 수 있지 않겠냐고. 10번 동안 설렁설렁하게 보는데 마지막 기회에는 어떻게 붙을 수 있겠냐고 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너무 부끄러웠다. 되면 좋고 안되면 그만, 이라는 마인드가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최선을 다한 면접이 끝났을 때에 가지도록 하자. 안일한 생각은 곱게 접어 하늘 위로 보내도록 하자.
많은 면접을 봤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볼 때마다 횡설수설한다. 이 질문이 어떤 의도인지 파악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말까지 못 하는 사람이라 면접은 늘 어렵다. 매번 어버버버 하다가 끝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해놓고 두고 보고 있는 중이다. 이 아티클도 그래서 하는 것.
조언을 하자면 최근 UI/UX 디자인은 데이터에 근거한 논리적인 디자인을 원하고 있다. 감이나 경험만 가지고 프로덕트를 구상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태도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최대한 디자인을 숫자와 데이터로 구체화할 수 있도록 연습해두는 것이 좋다.
또한 JD도 잘 분석해서 준비해가는것이 좋다. 기업에서 필요한 스킬, 원하는 인재상이 채용공고와 JD에 잘 나와있으니 분석해서 거기에 맞는 답변을 하는것이 좋다.
이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간접 경험을 통해 본인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런 작업을 통해 조금이라도 불안을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 면접 준비하는 모든 취준생들 힘내시길 바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그러니 노력하는 당신은 꼭 잘 될 수밖에 없다.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