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차 아이를 친정에서 키우고 있다. 남편은 집에서 일을 다닌다. 주말이면 남편이 나와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와서 시간을 보낸다. 우리 세 가족이 모이는 소중한 시간이다. 남편과 나 사이에서 아이가 꺄르르 웃었다. 행복했다.
싸웠다. 남편의 사소한 말에 마음이 상해서 서운하다고 말했다. 남편도 자신이 말실수를 한 건 인정하지만 나의 서운한 감정을 받자니 자기도 서운한 게 떠올랐단다. 일단 내 서운한 거 받아주고 그다음에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서운함이 화로 바뀌었다.
아이를 안고 있었다. 내게서 뿜어지는 에너지가 행복에서 서운, 화로 바뀌는 게 느껴졌다. 나의 에너지를 이렇게 느낌으로 관찰하기는 처음이었다. 아이에게 이 에너지를 주고 싶지 않아서 일단 아이를 내려놓았다. 아이가 있는 데도 이런 말다툼을 제어하지 못한다는 게 또 화가 나서 분노가 되어가는 걸 지켜봤다.
당장이라도 악을 쓰고 싶었는데 아이에게 이런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아, 턱 멈춰졌다. 일단 아이를 재우기로 했다. 한 20분 지나서 아이를 재우고 마주 앉았다. 그 시간 동안 감정이 누그러지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남편도 그러했다. 조용조용 이야기를 하다 보니 떨어져 지내는 동안 남편이 내게 서운한 게 있었다. 조곤조곤 풀었다.
대화를 마치고 남편은 가슴에 돌덩이가 덜어졌다 했다. 나는 좀 얼떨떨하지. 남편이 말실수해서 서운해졌는데 결국 남편 서운한 거 풀어준 거니까. 여튼 나도 풀었고 남편도 묵은 감정 털었으니 결과적으로는 플러스다.
예전엔 싸우면 꼭 끝장을 봤는데, 적당히 마이너스된 시점에서 방향을 바꿔 올라가고 끝은 시작보다 플러스되었으니 많이 나아졌다. 심지어 말다툼 중에 서로를 비방하는 일이 없이 자신의 욕구를 설명하며 오해의 소지를 줄였다. (덜 싸워보려고 비폭력대화 책을 읽었다.)
아가, 엄마 아빠 싸우는 거 아니고 대화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