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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런 것까지 적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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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숲이김 Dec 01. 2021

난 우울할 때 검정고무신을 들어

우울에는 생각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어릴 때 우울한 이유라고 하면 한 두가지 정도만 떠올려도 됐는데, 이젠 너무 많은 것이 떠올라 우울하지 않을 이유를 떠올리는 것이 더 빠르다는 느낌도 든다.

2021년의 마지막 달이 오늘로써 와버렸다. 연말 연휴에 즐거워 하다가도 한 살 더 올라가는 숫자와 내년에 대한 고민에 맥이 살짝 풀리기도 한다. 12월에 접어들기 직전 11월 말의 어느날 나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난 차라리 연말보단 지금이 좋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이젠 정말 끝이지만 지금은 12월이 남아있잖아.

올해 참 치열하게 살았다고 자부한다. 지난 3주간 원없이 아팠던 것이 그 증거이다. 그 앓음은 이미 여름부터 예견되어있었기에 아픈 내내 정신적으로 힘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픈 와중에 이제 내가 할 소임을 다 끝내고 몸이 쉬려는가 보다 싶어 안도감이 들었다. 3주 간의 침대 라이프는 지난 여름부터 집약적으로 에너지를 몰아 쓴 것에 대한 후폭풍이자 살기 위해선 가질 수 밖에 없는 짧은 휴식기였다.

그럼에도 오늘은 이유를 알 수 없는 허망함과 약간의 우울감이 운동 후 뜨거운 물 샤워 후에도 남아있었다. 보통 거기까지 갔으면 사그라들법한 강하지 않은 우울감이었기에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나는 이번 2021년을 기점으로 아마추어의 경지를 뛰어넘었다고 자부한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은 2021년에 뭘 하셨습니까? 라고 묻는다면 내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것 하나다. 지금 당장 행복해지는 법을 깨달았습니다.

그 불안의 순간 아무런 논리적 근거도 이유도 없이 만화 검정 고무신의 노래를 떠올려 버린 것이야말로 올해의 가장 큰 수확이라고나 할까? 트위스트를 추지 않으면 죄를 짓는 것 같은 그 열정을 들으면 뿌옇게 떠도는 막연함과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이 밤에 또 한번 웃으리라는 확신 때문이었을까.

검정 고무신은 내 기준에서도 옛날 만화이지만 지금 어린 아이들도 의외로 검정 고무신을 잘 알고 있다. 학교에서 보여주기 좋은 순한 맛 만화라서 그런 것도 있고 국민 만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둘리와 마찬가지로 계속 리뉴얼 되었다.

내가 찾던 검정 고무신의 노래는 2015년에 앨범으로 발매되기까지 했다. 오프닝 곡부터 엔딩곡, 그것도 리믹스 버전까지 다양하다!

https://youtu.be/WClnGRZ5L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