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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경 Aug 21. 2015

시든 꽃을 10초간 바라보다

꽃이 주는 인사이트

잠깐 시선이 머물렀다.
시들어버린 꽃들에게.
마치 선물받았던 그 기분으로 예쁘게 꽂아두어야지 했던 그 날이
오래지 않은 것 같은데...

10초간 머물렀던, 꽃에 대한 시선은
내게 여러 생각을 안겨주었다.

하나, 시들어버린 꽃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왜 아직도 활짝 피어있지 않느냐고
말할 수 없다.

줄기를 자르며 꽂아둘 땐, 아직 다 피지 않은 봉우리져있는 꽃들에 대한 기대감이 컸었다.
물을 머금고 모두가 피어나면 얼마나 예쁠까 하는 마음이었으니깐.

하지만 실상 나의 시선이 머물렀을 땐,
아니 어쩌면 무심코 보고 지나쳤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져버린 상태였다.

내가 보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짝 피어나서 조금씩 지는 꽃의 모습을 말이다.
제대로 보진 않으면서, 늘 기대했던 모습으로 있어주길 바랬던 건 아니었는지.

무관심 했었기에, 져버린 꽃을 보며 아쉬움을 느끼기가 미안했다.


둘, 꽃은 진다는 걸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함을.
시간이 흐른다는 것,
그에 따라 꽃이 시들어가는게 당연하다는 것.
난 아마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람이었던게 아닐까 싶었다.
모른척, 보고싶은데로 믿고싶은데로만 보았던 지난 날의 내가 떠올랐다.
'불안'을 머금고 관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셋, 꽃이 시들었다 해도 그 날의 '감정'은 살아있음을.
중요한 건 지금 꽃이 시들어버렸다는 게 아니었다.
그 꽃이 내게 주었던 감정은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었다.
순간이 선물한 느낌까지, 꽃이 시들었다고 하여 사라져버리는 건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순간 순간에 몰입하는 것이 소중한거구나.
바로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은 살아있으니깐.
비록 옅어지더라도 말이다.


넷, 시든 꽃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시들어버린 꽃에게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활짝 핀 꽃만 '꽃'이 아니니까.
사람도 마찬가지이지 아닐까 싶다.
어떤 시기의 사람이던지,
나름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겠지.
이를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지니고 싶다. 진실로...



10초간 머물렀던 시선이 내게 준 이 생각들이
자꾸 머릿 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글로 풀어본다.
무언가를 보고, '나만의' 인사이트를 얻는다는 게
너무나도 소중히 여겨지는 새벽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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