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NC를 안 좋아할 수가 있지?
2023/11/5
늦은 밤과 이른 새벽 그 사이 어딘가에서
다이노스는 여기서 가을야구 퇴장합니다.
마지막 한 고비를 결국 넘지 못해서 끝내 멈췄습니다.
그러나 너무도 찬란했습니다.
멋진 선수들이 현장에서 써내려가는 많은 기록과 역사를
야구장과 모니터 밖에서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게 정말이지 끝내주게 행복했습니다.
한 경기를 치를 때마다, 위기를 넘고 위로 위로 올라갈 때마다
나는 실시간으로 성장하는 선수들을 보았습니다.
포수 마스크를 쓴 젊은 선수에게서 익숙한 왕좌의 실루엣을 보았고,
매일 흙색의 유니폼으로 퇴근하던 유격수는 우리를 안심시켰습니다. 10년은 걱정하지 말라고.
'가을 하늘의 불빛'으로 타오른 선수는 우리팀의 진짜 토종 에이스였습니다.
상대팀과도 싸워야 했지만
피로와 대상포진, 다래끼와 스트레스성 위염, 염증주사와 햄스트링도 견뎌야 했답니다.
마지막에는 숟가락 젓가락 들 힘이 없어 밥먹는 일도 고역이었다고 했습니다.
아홉 경기를 치르는 동안 1700km의 거리를 이동해야 해서, 도시를 떠나고 도착할 때마다 몸이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고요.
그럼에도 팬들은 이 모든 사실을 여정이 멈추고 나서야 들었습니다.
그건 젊음으로도, 패기와 기세로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것이었나봅니다.
억울해서가 아니라 아쉬워서 웁니다.
아쉬워 수원 야구장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자꾸만 멈춘 야구장을 마음 속으로 돌려봅니다.
되감고 되감고 또 되감아 보다가 내린 결론은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큰 점수차로 졌다면 누구 하나 욕먹는 선수가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젖은 솜같이 질질 끌리는 몸으로도 상대팀의 옷자락을 붙잡고 끝까지 내동댕이 쳐지지 않았어요. 마지막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도 접전으로.
우리는 그렇게
아쉽고 조금 모자란 상태로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이 공연의 마지막은 찬란했습니다.
관객들은 집으로 돌아가면서 벌써 다음 상영을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 팀은 참 멋졌어'
내년 봄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그렇게 기억되겠지요.
여러번 생각해도 우리는 너무도 멋졌어요, 그렇지 않나요?
그러니 어떻게 NC를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