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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orable Oct 29. 2020

대안학교 이야기#3

만들기의 마술

만들기의 힘이란 무엇일까.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주말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고카트 만들기 워크숍에 참여했다. 


처음 들어보는 고카트

잉? 이걸 내가 만든다고? 

일단 자동차를 만든다고 하니 관심 있는 친구들 12명이 모였다. 


주말 아침, 아침 9시부터 6시까지 한다니 다들 원성이 자자하다. 

잉 왜 그렇게 오래 해요. 나도 처음인지라... 응 그 정도 걸린다네^^

일단 해보자!


8시 15분에 만나기로 한 우리, 평소 등교시간보다 훨씬 빨라서 지각할까 걱정했는데 

역시, 아이들은 소풍 가는 마음으로 15분에 모두 도착! 오히려 내가 늦을 뻔....


피곤하지만 주말에 새로운 학교로 가본다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출발. 


시설 좋은 서부중등발명교육센터. 모든 것이 갖춰진 장소에 놀라고

한켠에 만들어진 모형 고 카트에 한번 더 놀라고! 


이제 만들기 수업 시작

안전교육부터 공구 다루는 방법까지, 평소 집짓기 프로젝트하는 친구들은 

드릴질 설명이 아주 쉽게 느껴지며 괜히 으쓱!


드릴질과 톱질을 모두 해봤던 아이들은 처음이라며, 너희들 뭐하냐며 놀라시는 선생님들^^


조별로 나눠서 척척척, 아이들이 협력도 잘하고 일도 너무 잘한다고ㅎㅎ

(이제 시작이라 그래요... 결국 마지막에는 아이들 개성이 다들 아주 뚜렷하다며 내가 참 힘들겠다며 위로의 말씀을 해주셨다.)


설계도 따라서 하나 둘 착착 자르고 붙이니 의자도 착 만들어지고, 바퀴고 하나둘씩 달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결과물들이 눈앞에 탁탁 보이니 초등 친구들도 긴 시간 잘 집중하며 만들기에 열중했다. 


나도 처음엔 시간이 꽤 길어서 아이들이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수작의 즐거움이란 이렇게 긴 시간도 콧노래를 부르며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신비한 마법 같은 일!

학교에서와 사뭇 다른 모습들이 보였다. 


꽤 어려워 보이는 조립들도 시간이 지나니 능숙해지고 역시 내 손으로 만든 건 내 머릿속에 다 있고,

수정과 수리도 알아서 척척. 


오후까지 쭉 하다 보니 어느덧 완성!!! 서로 나눠서 만들었던 작품들이 모여 진짜 자동차가 되었다! 

얼른 운동장으로 달려가 운전해보기. 안전교육받으면서 이게 그냥 장난감이 아닌 진짜 조심해서 잘 타야 하는 고카트라는 것을 마음속에 한번 더 새기고 넓은 운동장을 쌩쌩! 


하루 종일 고생한 몸이 고 카트를 타면서 모두 씻겨나간다. 학교에 없는 운동장이니... 여기서 신나게 달려보자ㅎ

초등부터 중등까지 새로운 경험에 기뻐하고, 내가 만든 고카트가 얼른 학교로 도착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주말을 보냈다. 

아이들과 함께 해주신 모든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학교에 도착! 


자신이 만든 작품에 모두들 애정 한가득, 어찌나 조심히 다루고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그만큼 아무도 손 못 대게 하는 심보도 발휘했다. 모터는 교실에 보관하고 우선 지하에 주차해놓기! 건들지 말라는 문구도 상세하게 적어놓고 주차 완료. 

학교에 운동장은 없지만 우리의 운동장인 유수지에 고카트 타고 가기!

조심스레 꺼내 들고 와 기어를 켜고 엔진을 돌려본다. 실제로 이렇게 도로에서 가는걸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긴장도 된다. 한 명이 타고 양쪽으로 보디가드를 해주며 천천히 출발한다. 


엇 그런데 중간에 바퀴가 헛돌며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다.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일단 학교 가서 고쳐보겠다며 두 명은 다시 학교로, 그냥 두고 와도 될 텐데 역시 만든 원리를 다 알아서인지 뚝딱 고쳐서 다시 가져온다. (정말 대단해!!)


지나가는 어른들은 이야 이거 너희들이 만들거니라며 온 동네의 시선강탈!

자동차며 사람이며 자전거며 모든 이들의 이목을 집중받으며 유수지 도착 

두둥 내리막길 딱 내려서 농구장에 도착하는 순간 그곳에 있던 모든 아이들이 몰려와

"우아 카트라이더다" 소리를 지르며 달려온다. 

"이거 어떻게 만들었어요" "이거 카트라이더예요?" "나도 타고 싶다."

시선을 즐기며 넓은 운동장에서 후진도 하고 속도도 내보고 경주도 하고 

원 없이 실컷 고카트 타고 다시 학교로 출발!


남들에게 주목받는 거 참 부끄러워하는 아이들인데 이날은 왠지 온갖 시선을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는 것도 참 재미있다. 


말 그대로 동네 인싸가 되어버린 고카트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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