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이특별하게돼버린사회
임신 14주 차
좀비 같은 영혼을 이끌고 급히 지하철에 탑승했다.
만석인 지하철에 이미 임산부 배려석엔 누군가 앉아있었고 반대편 자리를 찾아 헤매던 중
날 보자마자 임산부 배려석도 아닌데 바로 일어나서 자리 양보를 해주셨다.
(그 와중에 그 자리에 앉겠다고 하시는 분이 있었지만) 그 사람마저 막아주며 내가 사람들 틈을 비집고 편히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고맙다는 인사를 남기고 자리에 앉았다.
그동안 민망하게 뱃지만 내밀다가 앉지도 못하고 힘들게 서서 가던 시절, 계속 눈치를 줘도 자는 척을 하거나 핸드폰만 보시던 수많은 아주머니들이 뇌리를 스쳐갔다. 그동안의 설움이 북받쳐 올라오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이게 이렇게 감동받고 울 인인가 싶다.
내리면서도 한번 더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당연한 일을 해주신 그분께 감사드린다.
이걸 보고 우리 사회가 아직 살아 있구나 라고 느껴야 되는 건지 그저 씁쓸해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