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마운틴 Apr 22. 2020

워킹맘의 선택지

민폐육아냐 독립육아냐


주변에서 시어머니와 큰 트러블 없이 평일 합가 중인 나를 보고 신기해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3년간의 휴직 후, 3년 전에 복직했고 시어머님은 그때 당시 4세, 3세 두 아이 케어와 살림을 도와주시면서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셔서 수요일 오후나 목요일 오후에 시댁으로 퇴근하기 시작했다.

평소 집안일과 육아 배분은 이렇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첫째의 아침을 차려주고 (주로 고구마, 시리얼, 빵, 과일 같은 간편식) 나도 함께 아침을 먹고 어머님도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셔서 첫째의 어린이집 가방을 준비해주신다.

아침을 다 먹고 나면 나는 샤워를 하러 가고, 첫째는 할머니와 함께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묶으면 8시쯤, 그 사이에 나는 샤워를 마치고 나오고 둘째도 일어나서 아침을 먹는다. 8시 10분쯤 아이 둘 양치를 끝내고 나면 나는 첫째와 함께 집을 나서서 어린이집 통합보육반에 데려다주고 직장에 출근하면 8시 30~40분쯤이다. 보통의 직장이라면 출근 전인 시간이지만 우리 직장은 8시 20분부터 근무 시작이라 나는 매일 아침 이삼십 분씩 육아시간 (육아기 단축근무) 을 사용하여 늦게 출근하고 있다.  

둘째는 언니와 엄마가 나가고 나면 할머니와 함께 옷을 갈아입고 준비를 해서 9시 5분쯤 집 앞에 오는 유치원 차량을 타고 등원한다. 둘째를 보내고 나서 어머님은 집안 살림을 하시고, 가끔은 낮에 볼일을 보거나 주변에 비슷하게 손주를 봐주는 친구분을 만나기도 하지만 4시 10분쯤 둘째의 하원 차량이 도착하기 때문에 늦어도 4시에는 집으로 돌아오신다. 둘째가 하원하면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에 가서 킥보드도 타고, 집 앞 슈퍼에 데리고 가서 과자도 사주시고 그렇게 한두 시간 놀고 있으면 내가 5시 반~6시쯤 첫째를 데리고 집으로 온다. 넷 또는 다섯 (남편 퇴근시간에 따라) 이서 함께 저녁을 차려서 먹고 그 후에는 어머님은 설거지까지만 하시고 들어가서 저녁 드라마를 보시고 우리 부부는 아이들과 놀아주고 씻기고 9시쯤 안방에 들어가서 재운다.



그런데 어머님이 매년 봄과 가을에 각각 한 달간 시이모님 댁의 과일농사를 도와주러 시골로 가시면 그때부터 우리 집은 비상체제로 돌아간다.

나는 무조건 아침 6시 반에는 기상하여 샤워와 내 출근 준비를 끝내 놓고 아이들 등원 가방을 확인하고 빠진 준비물을 챙긴다. 남편은 등원 가방 챙기는 것만 조금 도와주고 먼저 출근하고 나는 아이들 아침을 먹이고 세수, 양치를 시키고 옷을 갈아입혀서 (그때 큰 도움을 주는 딩동댕 유치원... 둘째가 특히 좋아하는 캐릭터 뚜앙 ㅋㅋㅋ) 집을 나선다. 집에서 가까운 점순이 어린이집에 먼저 들러서 아이를 데려다주고, 다시 차를 몰아 꽁꿀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준 뒤 다시 15분~20분 정도 차를 몰아 직장에 도착한다.

직장에 오면 그나마 한숨을 돌리고 나서, 그날의 업무를 챙겨본다. 평소에는 일이 많으면 한두 시간 남아서 하기도 하지만 독립육아 시즌에는 빈틈없이 빽빽하게 일을 하고 제때 퇴근하기 위해 노력한다. 4시반에 퇴근하여 다섯시쯤 꽁꿀이를 데려오고 그 다음 점순이를 데리고 온다.

집에 오면 아이들은 간식달라, 색연필 달라, 종이 달라 등 요구사항이 넘치지만 그래도 일단 집이라는 공간이 주는 편안함 때문인지 조금은 긴장이 풀린다. 어머님이 계실 땐 주로 바로 무친 나물반찬, 갓 구운 파전 같은 메뉴가 올라온다면 독립육아 시즌에는 일단 있는 밑반찬으로 버티다가 안 되면 미역국 라면이나 곰탕라면, 칼국수 등으로 떼우고 그마저도 힘들 땐 만들기 간단하면서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계란간장밥이 등장한다.

7시쯤 되면 남편이 퇴근해서 오고 그때 남편과 나는 저녁을 먹고 다시 아이들을 씻기고 조금 놀아주다보면 잠잘 시간이다.


여기까진 올해 2월까지의 상황인데 다행히 3월부터 첫째 둘째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어서 매일 아침 저녁으로 할 일이 하나씩 줄었다. 아이를 맡겨본 적 있는 사람이면 이게 얼마나 큰 편리함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내가 자율격리상태로 재택근무중이라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않고 있지만 오늘도 첫째가 말했다.


"엄마, 우리 어린이집에 좀 보내주면 안 돼?"


"왜... 엄마가 출근 안하는데 같이 있으면 되지."


"아니... 엄마 노트북으로 일도 해야하고 바쁘잖아. 우리가 가고나면 엄마도 좀 편히 일할 수 있고, 우리도 재밌고, 친구도 만나고 좋지."


"그래, 열네 밤 자고나면 가자. 그때까지 엄마 말 잘 들어야해."


아이들이 이렇게나 어린이집을 좋아해주니 워킹맘 입장에서 늘 든든한 마음이다.






민폐육아는 마음은 불편하지만 몸은 좀 편하고, 깔끔한 집, 갓 해낸 반찬들, 정돈된 빨래를 누릴 수 있고 독립육아는 몸은 힘들고 집안꼴은 엉망에 아이들은 주로 인스턴트 음식으로 저녁을 먹지만 (에어프라이어가 큰일한다) 마음만은 편하다. 워킹맘의 선택지는 육아금수저 민폐육아냐, 육아흙수저 독립육아냐인데 어느 쪽이든 참 어려운 듯 하다.





당신은 지금 민폐육아중인가요? 그렇다면 아이를 봐주시는 친정 또는 시댁에 미안한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고마움을 금전과 말과 마음으로 때때로 표현하면서 열심히 직장을 다니면 된다고 생각해요. 다만, 조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시더라도 육아의 주체는 엄마 아빠라는 것만 기억하고 아이들과 소통에 초점을 둔다면 일과 육아를 다 잡을 수 있을거예요.

당신은 지금 독립육아중인가요? 그렇다면 일단 체력과 시간을 아껴야해요. 집안일을 간소화할 수 있는 모든 가전제품, 도구를 다 구비하고 퇴근 후에는 육아에 더 비중을 두고 지내세요. 주변의 도움 없이 직장을 다니고 가족이 건강한 것만으로 엄청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요. 설령 주양육자가 직장을 다니지 않더라도 독립육아는 정말 대단한 거예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기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