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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Apr 21. 2024

쓰는 기분_ 박연준


박연준 작가는 시인으로 유명하다. 산문 책도 여러 권 쓴, 계속해서 쓰는 사람. 박연준 작가의 산문에는 시적인 문장이 상당히 많았다. 그 글이 참 맛있었다. 이토록 자유롭게 자유자재로. 쓰고자 하는 내용을 읽기 쉽게 풀어 쓸 수 있는 실력이 내게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소망을 품으며 읽게 되는 책이다. 

『쓰는 기분』책을 만나고 박연준 시인의 매력에 빠졌다. 그가 쓴 다른 책들도 전부 읽었다. 시인의 문장을 더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 다는 것은 글을 쓴 작가를 만나 대화한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대화를 할 수 있으니 그의 또 다른 멋진 문장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시인을 만나고 다시 시가 더 좋아졌다. 

좋은 글이란 독자를 실행하게 하는 힘이 있는 글이다. 독자가 책을 읽은 후에 약간의 울림을 주거나 깨달음을 주는 책은 있을 수 있다. 책을 덮고 생각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독자를 동하게 하는 글이야 말로 힘이 있는 글이다. 나 역시 시를 좋아하지만, 박연준 시인은 시에 대해 남다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자상한 안내자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견해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시는 '이해받고 싶어 하는 장르'가 아니다. 벽에 걸린 그림 앞에서 당신은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질문한다. 그 그림을 전부 이해할 수 있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가. 예술에는 답이 없다. 리듬 소리, 운율, 색, 맛 그리고 시에는 답이 없다. 그것들을 온전히 이해하기보다 감각해야 한다. 잘 만들어진 시 조차 '태어나는 것'이기에 의미를 찾으려 할수록 아리송해진다. 『쓰는 기분』책을 통해서 시에 대해, 문장에 대해 더 감각적으로 접근해야 함을 배웠다.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실제적인 방법도 중요하지만, 글쓰기를 할 때의 마음가짐을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비밀을 한가지 알려주었는데, 시를 쓰고나서 소리 내어 읽어보라는 것이다. 쓴 글을 소리 내어 낭독해 본 적이 있는가?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 어색한 단어나 문장이 잘 들어오게 된다. 눈으로만 읽을 때와 또 다른 부드러움을 눈과 귀와 입으로 알게 된다. 특별히 시를 읽는다는 것은 호흡과 에너지를 느껴볼 수 있는 것인데, 시를 낭독하는 것은 특별한 묘미가 있다. 산문도 글을 쓴 후 퇴고 시 낭독을 해 보면서 더 깊은 문장으로 변화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떨림과 진동에 의해 더 나은 문장이 떠오를 수도 있고.

 시를 낭독할 때 눈을 감고 가만히 집중해 듣는 자의 모습은 고결함 자체이다. 시어의 의미를 더 잘 흡수하려는 태도와 들리는 단어와 음성에 의지해 고요한 중에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고개를 숙이기도 하고 끄덕이기도 하는 듣는 자의 모습은 아름답다. 그의 과거의 한 장면을 그리고 있는 듯한, 그래서 낭독하는 자와 듣는 자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그 짧은 시간이 감동의 시간이 된다.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는 자와 들은 자의 표정 같은 얼굴을 볼 수가 있다. 이러한 전체적인 일들이 마치 책을 읽는 독자와 쓰는 작가와의 호흡이 아닐까.

글을 쓴 후에는 목소리로 연주를 하듯이 나의 글을 내 목소리로 낭독해 보는 시간을 꼭 가져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시처럼 쓰인 박연준 시인의 산문은 에너지가 가득 들어있는 아름다운 음악 같다. 시인은 시적 언어로 표현하기 때문에 비유와 음악을 입은 살아남을 만한 문장을 쓴다. 살아있는, 그래서 살아남을 만한 문장을 쓰고 싶다. (1191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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