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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른이 May 03. 2020

좋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낭중지추' 가 되거나 '고요 속의 외침'으로 남던가

 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취미로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올해로 어느덧 22년째가 되었다. 그 기간 동안 꾸준히 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쁜 일상에서 글쓰기는 언제나  즐거운 안식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모든 일이 그렇듯 쓰면 쓸수록, 알면 알수록 오히려 미로에 갇힌 것처럼 맥락이 잡히지 않고  걸음 나아가기조차 려워졌다. 그런 증상은 점차 악화되어 흰 화면 바라보한 글자도 못쓰는 날이 반복되더니 제는 쓰기를 생각하는 것조차 애써 피하게 되었다. 글쓰기가 부담스러워졌고 취미가 아닌 스트레스 되어 버렸다.

 이런 적 처음이라 심히 당황. 상이 발현된 시기를 보면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난 시점부터 시작돼서 지금까지 6개월 정도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지만 도통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스트레스가 되는 일들을 애써 견디기보다는 놓아버리는 이기에 글쓰기 위해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왠지 애를 쓰느니 기다리면 다시 편하게 쓸 수 있는 순간이 돌아올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기가 어려워진 것은 글에 대한 '책임감'과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을 때부터인 것 같다. 욕심은 글을 쓰는 즐거움과는 별개로 마음 한편에 뭔지 모를 불안감을 키웠다. 그리고 그 불안감의 정체는 나의 글이 독자로부터 인정받지 못할 것 같은 걱정이었다.

 취미로 글을 쓸 때는 주제와 표현방식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그때그때 떠오르는 대로 썼다. 물론 중간중간 공모전에 접수해본 적 있만 그때도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그래서 당선이 되지 않았을 터이다.)

 러나 브런치에 글을 꾸준히 쓰면서 '독자'의 존재를 의식하게 되었다. 발행하는 글이 쌓 쌓일수록  글 어떻게 평가받을지 신경이 쓰였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 나의 글 비교하게 되었고, 내 글 부족한 부분이 보일 때마다 알 수 없는 좌절감에 마음이 꺾이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연스럽게 쏟아져 나오던 글이 가뭄을 맞이한 호수처럼 말라버렸다. 


  불안감을 더욱 부채질 것은 브런치의 '조회수'와 '라이킷' 그리고 '구독' 시스템이다. 브런치 SNS와 많이 닮아 있다. 블로그처럼 꾸준히 글을 쓰면 조회수가 올라가고 글을 쓰는 텀이 길어지면 자연스레 조회수가 줄어든다. 조회수가 늘면 자연스레 '라이킷'과 '구독'이 늘고, 구독자가 늘면 좀 더 쉽게 라이킷을 모으고 높은 조회수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다가 일정 수준의 조회수와 라이킷을 확보하면 인기글이나 추천글에 이름을 올릴 확률이 높아지고, 인기글이 되면 조회수가 늘어나는 상황이 반복된.

 문제는 이런 시스템 아래선 희대의 명작이라도 일 년에 한 편씩만 발행하 빛을 보지 못하고 사장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반면 한 줄짜리 글이라도 매일 발행한다면 사람들에게 알려질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가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낭중지추란 말처럼 글의 내용이 좋으면 언젠가 빛을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연 산물일 뿐 시스템의도 아래서 이루어진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브런치 '꾸준히' 쓰는 것을 요구한다. '글의 내용과 수준'을 올리 보다는.


 글 자체보다 조회수와 라이킷에 집착을 하던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회수를 유지하기 위해 글을 발행하는 데 집착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은 짧아지거나 완성도가 낮아졌다. 주제에 대한 고민과 숙성의 기간 없이 손쉽게 쓸 수 있는 글감을 떠오르는 대로 쏟아내기 바빴다. 하지만 글의 내용보다 발행에 집착하는 과정은 스트레스였고, 수준이 낮은 글을 생산할수록 조회수는 올라갔을지 몰라도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한 만족도는 낮아졌다. 낮은 만족도는 글에 대한 자신감을 저하시키고 부담만 가중시켰다.  




 우리는 이미 유튜브나 구글처럼 방문 이력이나 성향 등을 기반으로 컨텐츠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을 쉽사리 접할 수 있다. 원하는 컨텐츠를 추천해줌으로써 편리하지만, 한 편으로는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구속되어 버린다는 한계가 있다. 추천 시스템 내가 생각하지 못한, 나를 변화시킬만한 새로 컨텐츠를 공급하지 못한다. 새로운 경험을 찾고 익히고자 할 때 이러한 추천 스템은 오히려 두터운 장벽으로 다가온다. 

 브런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수준 높은 글, 내용이 충실한 글통해 작가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기보다는 조회수, 라이킷을 기반으로 인기글을 추천해줌으로써 작가를 현재의 틀에 가둬 버린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는 플랫폼이라는 취지는 점차 퇴색되고 또 하나의 SNS처럼 되어버렸다. '라이킷'은 다시 보고 싶은 글을 저장한다는 취지와 달리 '좋아요'와 다르지 않게 되었다. '구독자'는 '팔로워'와 비슷하게 여겨지고 작가들은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서로 품앗이를 한다. 서사보다는 짧은 글이, 사고보다는 감정의 편린이 주를 이룬다. 결국 글을 매개로 한 서로감정을 보듬고 쓰다듬으며 본인의 삶을 자위하는 일상 공유 모임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이를 반증하 요즘 브런치에서는 SNS에나 올라갈 법한 짧은 글, 일기에 가까운 글이 많이 보인다. 또한 '한 달 쓰기' 같은 활동도 열병처럼 번져 나간다. 의 주제도 감정 표현이 아니면 일상 공유 그것도 아니면  어디 블로그에나 올라 법한 글들이 차 늘어나지만, 이 있는 깨달음이글을 쓰기 위한 노력이 엿보이는 글 찾기가 어렵다. 글의 형태도 대부분 에세이다. 소설, 시, 희극, 논문 등 좀 더 다양한 형태의 글들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것 같다.


 물론 이런 글들 역시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그 글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한쪽으로 편향된 브런치의 방향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조회수라는 틀에 갇혀 새로운 시도와 모험적인 글들이 점차 브런치에서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브런치는 기존  SNS와는 차별화된 글쓰기 플랫폼이기에 논문, 수필, 소설 등 형태와 상관없이 그 한편으로 완성도를 갖는 개성적인 글들을 읽을 수 있기를 기대했었다. 을 쓰는 데 갈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글 자체에 대해 집중할 수 있는 그런 플랫폼이길 바랬다. 러나 그 기대를 채우기엔 지금의 브런치는 조금은 실망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이런 흐름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매몰된 나머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데 소홀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는 반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잘 듣지 않는다. 아마도 브런치의 많은 작가들 중에서도 다른 구독자들의 글은 꼼꼼히 읽지 않으면서 자신의 글은 독자가 집중해서 읽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의 SNS는 그래도 상관없었다. 오히 자기표현에 치중되는 것이 목적에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브런치는 그렇지 않다. 작가보다는 '글을 읽는' 독자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 제대로 된 독자가 없는 환경에서 좋은 글 좋은 작가가 나올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하고 번민에 휩싸여 지내면서 나름 내린 결론은 결국 '좋은 글'을 써야겠다는 것이었다. 좋은 글의 정의를 내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숙려의 시간을 거쳐 만족스러우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나만의 글을 쓰는 데 집중을 하고 싶다. 설령 '고요 속의 외침'이 된다고 해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 글이 닿았을 때 부끄럽지는 않고 싶다.

 그리고 글을 쓰는 과정 자체를 즐기면서 쓰고 싶어 졌다. 20년이 넘는 취미생활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삶의 한 부분은 행복으로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독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쉽게 읽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집중하지 않아도 쉽게 읽힐 만한 글을 쓴다면 조금은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주제, 분량, 흐름, 문장, 표현 하나하나가 그 목적을 갖고 쓰인다면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내 글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말이다.


 그 일환으로 역설적으로 요즘  더욱 열심히 브런치의 글을 읽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개선점은 분명히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런치의 글은 출판 책들과는 달리 다양한 주제가 개성 있는 표현 방식으로 담겨 다. 그런 을 읽는 것만으로도 쓰기를 익히고 배우는 데 꽤 도움이 된다. 또한 흔히 말하는 고전과 전문서적을 찾아 읽으며 조금씩 글의  수준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게 견을  이를 바탕으로 퇴고에 좀 더 많은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글의 발행 주기가 아무리 길어진다 하여도 조금이라도 글의 수준이 올라갈 수 있도록 고민하고 고쳐 쓰는 중이다. 향후에는 기존에 발행한 글들을 모두 재발행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도 세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발행할 글들은 도통 나오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 과정 자체가 조회수에 집착하던 때보다 더 재밌다.

 렇다고 필력이 확 지는 않지만 기존에 쓴 글의 부족함 더 잘 보이게 되었다.  글을 쓸  구조, 문장, 단어까지 신경을 쓰게 되면서 글쓰기 속에서 매일같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그 자체로도 글을 쓰는 보람은 확실히 예전보다 높아졌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이미 겪었을 과정을 너무 늦게 마주하고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배움의 때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니 그저 이 시간을 즐기려고 노력 중이다.


 습작 기간이 어질수록 메모장에 글감이 쌓여간다. 오르는 생각이 망각 속으로 잊히는 것이 아까워 요즘은 생각날 때마다 메모를 열심히 하고 있다. 그렇게 모아놓고 보니 쉽게 지나쳤을 생각들 하나하나 속에 글로 자라날 씨앗이 가득했다. 메모 곱씹으며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밀도도 한층 높아진 것 같. 그렇게 쌓인 글감을 보노라면 왠지 뿌듯하기도 하고 가는 이 아이들에 생명을 꼭 부여하리란 생각에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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