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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른이 Feb 20. 2022

[서평] 트렌드 코리아 2022 / 김난도

TIGER  OR  CAT

트렌드 코리아는 올해도 어김없이 돌아왔다.

이제 새해가 되면 신년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트렌드 코리아를 찾아 읽게 된다.

한동안 일에 치여 책에서 멀어졌는데 새해가 되니 습관처럼 다시 책을 읽게 되었다.


올해의 키워드는 TIGER OR CAT이다.

각 단어별 키워드는 순서대로 나노 사회, 머니 러시, 득템력, 러스틱 라이프, 헬씨 플레져, 엑스틴 제네레이션, 바른생활 루틴이, 실재감 테크, 라이크 커머스, 내러티브 자본이다. 키워드 중 단어만 보고도 직관적으로 느낌이 오는 것도 있고 아리송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서평을 쓰면서 스포를 할 순 없기에 키워드가 궁금하시다면 책을 찾아보시길 권한다.


올해의 트렌드는 충분히 예견 가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가 모든 트렌드를 멱살 잡고 캐리를 하는 덕에 과거의 트렌드를 반추해보면 오히려 예측 가능해졌다. 하지만 그동안의 트렌드 코리아 중 가장 공감을 할 수 없었다. 분명히 주변에서 이러한 트렌드의 변화를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을 하면서도 공감은 되지 않는 희한한 경험이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까지도 이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왜? 공감을 할 수 없는 것일까?"




사실 그에 대한 해답은 첫 키워드에 있다. 바로 트렌드가 지나치게 '개인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요즘 자주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사람들의 트렌드, 유행에 대한 집착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남들과는 '다름'을 보이기 위해 애를 쓰다 보니 결국 수많은 트렌드가 생겨나고 변화하고 있다. 각 트렌드의 수명이 짧고 휘발성인 것도 많고, 개인적인 취향에 가까운 것도 많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트렌드를 쫓기 포기하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실 이미 이런 것은 트렌드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또 웃긴 건 그 하나하나의 트렌드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러한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사람은 뒤쳐진 사람처럼 취급하기도 하고, 그 트렌드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엔 발작적으로 대응한다. 불과 얼마 후에 다른 트렌드로 갈아탈 것임이 자명함에도 말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부먹, 찍먹이 편을 가르고 다툴 일이었으며, ENFP가 그렇게 중요한 삶의 척도였나? 


어느 날 영업사원과 점심을 먹다 이러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는 그게 예의예요. 좋든 싫든 맞든 틀리든 이제 그런 부분에 대한 배려를 해야만 해요."

그리고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에게 맞춰주는 영업사원의 입장에선 온갖 트렌드와 취향, 주제에 대해 일부러라도 공부를 해야 할 지경이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노라니 사람들이 뭔가 엉뚱한 방향으로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현상을 정리하자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유행에 치우치지 않는 '나만의' 개성이 중요하면서도,  '같은' 개성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는 트렌드"


이게 뭔 개 풀 뜯어먹는 소리란 말인가.


이러한 모습은 하나의 과도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동체 정신이 우선이었던 사회가 개인화가 되는 과정에서 이도 저도 아닌 혼란의 사생아쯤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사회의 흐름은 점차 진정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만의 가치는 항상 진보적이지도 않을 것이며, 반드시 변화를 전제하지도 않을 것이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꾸미기보다는 나의 만족을 위해 꾸미게 될 것이다. 

공감은 같은 생각, 같은 공간, 같은 소속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상대방이 이해하는 데서 느끼게 될 것이다. 반대로 나 역시도 다른 사람을 보여주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음으로 서로 인간적인 유대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렇게 말로 하면 굉장히 멋있어 보이지만, 사실 이러한 유대는 가장 어렵고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인간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이런 유대로 돌아가는 수준까지 가려면 사회적 인식과 수준이 지금보다 몇 배는 성장해야 될까 말까라고 생각한다. 사실 그러한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쩌면 앞으로의 트렌드는 정말 괴상망측하고 유치하면서도 모순에 쌓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은 반드시 사회의 발전을 담보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인류를 퇴보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는 데 어떤 사건, 모습, 기사 등이 떠올랐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알 것이다.




결국 올해의 트렌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모든 트렌드의 저변에는 나의 성공과 나의 만족과 나의 안전을 위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것이 싫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변화를 지지하고 만족하는 축에 속한다. 그저 이러한 개인화가 가속화가 되었을 때 사회가 더 이상 괴상망측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학창 시절 입버릇처럼 한 이야기가 있다. 


"철저한 이기주의는 결국 이타주의의 모습을 띄게 된다."


'ESG 경영',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작금의 사회적 인식 변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하게 된다. 


그렇기에 올해는 트렌드에 구애받지 않고 철저히 나다운 삶을 구축하여 지금의 트렌드에 가장 부합하는 한 명이  돼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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