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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른이 Oct 03. 2021

[서평] 질서 너머 / 조던 피터슨 (2)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지침

(1편에 이어서)


"높고 고상하고 심오한 어떤 것을 겨냥하라. 그 과정에서 더 좋은 길이 나타나면, 일단 몇 걸음 걸어본 다음 경로를 바꿔라...... 길을 바꾸는 것과 포기하는 것이 쉽게 구분되지 않을 수 있다...... 현재의 길에서 배운 뒤에 당신 앞에 새길이 더 어려워 보인다면..... 자신을 속이거나 배신하지 않고 있다고 확신해도 좋다."

"당신은 그 이유를 깊이 파고들지 않는다. 파고들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되고, 다시 한번 희망이 부서지고 실망이 확실해지는 경험을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그럴 때 당신은 목적 없는 삶을 살게 된다. 너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진실을 밝히는 것, 숨어 있을 것 같은 날카로운 모서리가 진짜인지 환상인지 알아내는 것이다...... 확인하는 게 더 나은 이유는 적어도 위험을 미리 알아차리고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앞을 가로막는 것과 똑바로 맞서기 위하여 가진 걸 모두 쏟아부어야 할 때가 있다. 거짓으로 대체하고 싶을 만큼 무서울지라도 진실을 피해 숨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이 문장들이 와닿았던 이유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맥락의 이야기는 거의 모든 자기 개발서에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동시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극복하지 못하고 같은 문제로 힘들어하고 있다. 

 인생은 끝없는 선택이지만 정답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확신이 필요하다. 스스로 확신할 수 있다면 축복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비극이다. 또한 인생은 인간지사 새옹지마라 이 또한 지나갈 테지만, 동시에 불행은 이유 없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법이다. 고난을 극복하고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그러기 위해선 진실을 피해 숨지 않는 마음가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적 갈등이 심한 사람은 은유적으로 말하자면, 가슴을 누르는 집게손가락의 압력에도 걸음을 멈추게 된다"


 자신감과 자존감 관련 이슈를 격지 않은 사람은 이 말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자존감 문제를 겼었던 사람들은 저 말을 무척이나 공감할 것이다. 그럼에도 막상 걸음을 멈추는 상황이 오면 이 압력이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똑같은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때 우리는 이 말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를 막고 있는 것은 언제든 치워버릴 수 있는 작은 집게손가락 분량의 압력일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삶을 가장 든든하게 지탱해주는 의미는 책임을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

"책임이 없으면 행복은 없다."

"충분히 높은 목표가 있을 때에는 그 목표와 관련하여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고, 삶의 고통과 제약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는 의미 있는 것을 추구할 때 삶에 몰입한다."

 

 사실 작가의 많은 이야기 중에서 이 부분이 가장 작가의 주장을 잘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작가가 대중의 지지를 받는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라고 본다. 

 지금까지 책임은 그것이 옳은 것이기에 손해를 보더라도 감수하는 것이라는 수동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면 가급적 회피하고 권리만 누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여겼다. 은연중에 권리는 투쟁을 통해 쟁취해야 하는 대상이지만, 책임은 사회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가는 책임이야 말로 우리가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책임을 통해서 우리가 성장하고 앞으로 전진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의 긍정적인 감정은 가치 있는 목표의 추구를 통해 생기며, 다른 사람이 인정하는 가치 있는 목표란 결국 책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는 순간 뭔가 인생에서 흐릿했던 것들이 명료해짐을 느꼈다. 고등학생 때부터 미래의 준비와 현재의 행복 사이에서 수많은 갈등을 해왔다. 그럴 때 주변에선 미래의 준비가 가져올 결과인 좋은 직업, 안정적인 삶을 제시하며 현재의 행복을 '희생'해야 함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선택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미래의 준비를 선택하는 것이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불확실이었고, 이에 대해선 아무도 명확히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미래의 행복과 현재의 행복은 양립할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은 경우 현재의 행복을 선택했었다. 언제나 미래만을 바라보는 삶은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것이 자신을 위해서는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심 꺼림칙한 것은 사실이었다. 스스로의 선택에 자신이 없었다. 미래를 위한 선택이 더 행복하진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언제나 가슴 한편에 남아있었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현재와 미래 사이에서 어중간한 포지션을 취했던 것 같다. 

 그런데 처음으로 명확하게 목표를 위한 노력과 책임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난 셈이다. 그제야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준비 사이의 메커니즘이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결국 이 둘은 연결되어있으며 하나였던 셈이다. 이 두 가지를 선택하기 위한 고민을 할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미래의 목표를 위해 현재를 어떻게 책임감 있게 살아갈지를 고민을 했어야 했다. 

 이제와 돌아보면 어쩌면 과거에 선택했던 현재의 행복은 책임을 감당하지 못해 도피의 한 방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든다. 물론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은 행운이다. 아직 남은 인생이 길고 하고자 하는 것이 많다. 하지만 좀 더 빨리 알았다면 삶은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청소년들과 젊은이에게 부디 이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란다. 



 이 외에도 '이데올로기를 버려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인상 깊은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서평의 성격이 흐려질 것 같아 나중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심도 있게 정리해보려고 한다.




 평소 자기 개발서는 신뢰하지도 않고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을 처음 봤을 때도 뻔한 자기 개발서인 줄 알았다. (제목이나 표지가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우연히 작가인 조던 피터슨을 알게 되면서 책을 접하게 되었고 그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살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뿐만 아니라 가치관 측면에서도 '그래 이거였구나'하는 것들이 많았다. 

 물론 작가의 모든 생각에 찬성하고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부분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진정 얻을 수 있는 것은 주장의 옳고 그름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작가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우리 스스로가 가지고 있던 의문에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살다가 혼란스럽고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을 때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나이 든 사람 역시 지난날을 돌아보고 남은 날을 각성하고 발전하기 위해 도움이 되겠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이 좀 더 많을 청소년들과 방황하는 20대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인생의 정답을 알 순 없겠지만 적어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침'은 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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