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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른이 Oct 03. 2021

[서평] 질서 너머 / 조던 피터슨 (1)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

 조던 피터슨, 

 관심이 있다면 알겠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심리학자다. "방을 정리하라!"라는 말로 유명한 그 사람이다. 그가 이렇게 큰 관심을 받는 이유는 강력한 존재감 때문일 것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서부권에서의 다양한 이념들 간 갈등과 혼란 속에서 그만큼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는 사람이 없다. 특히 페미니즘, PC, 사회주의 등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토론을 할 때 그가 보여주는 방대한 지식, 철옹성 같은 논리 그리고 강한 카리스마는 그의 의견이 맞냐 틀리냐를 떠나서 매력적이다. 


 사실 조던 피터슨이 유명해진 책은 '12가지 인생의 법칙(12 Rules for Life: An Antidote to Chaos)'이라는 책이다. 이 책과 강연으로 그는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춘 심리학자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질서 너머(Beyond Order : 12 More Rules for Life)는 이 책의 후속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작보다 후속작을 먼저 읽은 셈이지만 책을 이해하는 데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작가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12가지 주제는 심리학자 입장에서 제시하는 인생을 조금 더 잘 살기 위한 지침이라고 할 수 있다. 지침이라고 표현하니 뭔가 나이 든 어른이 훈계하는 듯한 느낌이지만(사실 표지가 주는 이미지가 그렇다.) 실상은 지금 이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수칙' 같은 느낌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부의 편중, 세대 간 갈등, 남녀 간 갈등, 인종간 갈등, 이념 간 갈등, 무역 전쟁, 환경파괴, 금융 위기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이 전 세계적으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한 순간에도 매일 위기를 맞이하고 치열하게 극복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개인은 무엇이 옳은지, 잘 살고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하고 불안해한다. 관계의 단절과 오해는 갈등을 일으키고 개인을 더욱더 경계하게 만든다. 무슨 거시적인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말이다. 아마도 이러한 현실에서의 어찌할 수 없는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조던 피터슨의 이야기에 우리가 빨려 들어가는 이유는.




"권위는 단순히 권력이 아니며, 이 둘을 혼동하는 것은 극히 무익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권위를 휘두를 때는 무력을 동원한다. 반대로 권위를 행사할 때는 가진 능력을 동원한다."


이 말에 더 이상 무슨 이야기를 더 할 필요가 있을까? 40을 맞이한 회사원으로써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나이가 들고 조직생활 연차가 쌓일수록 이 말에 더 공감하지 않나 싶다. 오늘 어떤 유튜브에서 장항준 감독이 한 말이 오버랩된다

'나이가 들수록 각성하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50대 넘은 사람 중에 좋은 어른을 본 적 있어? 난 없어!!'



"규칙의 목적을 훼손할 때는 규칙을 따르지 마라. 그럴 땐 위험하더라도 합의된 도덕과 반대로 행동하라......"

"더 높은 도덕을 위해 법칙을 깨는 사람은 처음에는 그 법칙을 철저히 익히고 훈련해서 그 필요성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법칙의 자구가 아니라 그 정신에 맞게 법칙을 깨야 한다."

 

 시대가 변화하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면서 '변화'에 대해 많은 요구를 받는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요즘 우리는 '꼰대'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애쓴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꼰대'라는 말을 들으면 모욕을 받은 것처럼 몰아가는 이 사회적 분위기는 뭔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꼰대라는 표현 자체가 이미 부정적인 이미지가 녹아들어 지양해야 할 것으로 치부하는 이 극단적인 문화는 할 수만 있다면 거부하고 싶다.

 우리는 변화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끊임없는 발전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런데 이 발전은 결국 기존의 가치와 유산을 바탕으로 쌓아 올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꼰대는 무조건 부정하려는 지금의 분위기는 선대의 경험과 노하우까지 사장시키고, 세대 간의 배려와 공감의 기회는 오히려 더 사라지게 하는 것 같다. 시작은 이해와 화합을 통해 갈등을 최소화하고 발전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오히려 세대 간 벽을 나누어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왜곡된 의도에 이용되면서 판이 흐려진 느낌이다.  

 이런 모습은 정치권에서의 이념적 다툼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언뜻 들으면 뭔가 맞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공감이 되지 않는다. 그들의 주장 속에서 논리와 공익이 결여되고 자신들 이익만을 위한 의도가 숨어있는 경우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기존의 규칙을 거리낌 없이 무너뜨리고 혼란을 선동한다. 영향력이 없는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위협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법칙의 자구가 아니라 그 정신에 맞게'라는 말이 자꾸 되뇌어지는 이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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