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일부가 되었다.
10대, 20대 가 '준비'의 시간이었다면 30대는 본격적인 '실전'의 시간이었다.
흔히 우스갯소리로 '인생은 실전이다'라고 하는 데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의지, 희망, 기대' 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다. 중요한 것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의 '결과, 성취, 실력'이다. '시작이 반이다', '과정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은 맞지만 실전에서 '결과'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다.
특히 입사 초기 한 명의 사회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던 시절은 돌아보면 참으로 치열한 시간이었다. 새벽 같은 출근, 눈 깜빡하면 지나가는 일과, 늦은 퇴근, 새벽까지 이어지는 술자리로 하루는 오롯이 채워졌다. 자발적 노력이 아닌 요구된 치열함이었지만, 절박했기에 온 힘을 다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렸고 아이가 생겼다.
그렇게 30대는 정신없이 지나갔다. 뿐만 아니라 그 시간들을 통해 어느새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가치관마저 바뀐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기존의 혼자 사는 데 익숙했던 삶의 방식을 지우고 사람들과 가족과 함께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체득했다는 게 맞을 것이다. 가끔 예전 기억을 회상하노라면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남의 이야기 같다.
그렇게 정신없는 시간은 글쓰기에 대한 관심도 잠시 뒤로 미뤄두게 하였다. 일기는 일주일에 한 편을 쓸까 말까 하다가 때로는 6개월 만에 쓰기도 했다. 독서는 꿈도 꾸지 못하다 보니 노트에서 독후감은 사라졌고, 20대 말 군 생활 중 푹 빠져버렸던 소설 쓰기는 몇 개의 시놉 아이디어만 흔적처럼 남긴 채 기억 저편 아련한 향수가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내심 이제 글은 안 쓰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었다.
그런데 그렇게 5년쯤 지났을 때 직장과 가정이 나름 안정이 되고 나니 희한하게도 다시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처음엔 일기를 열심히 쓰게 되더니, 일기가 에세이가 되고, 시가 되고, 소설이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쓰는 것임에도 그동안 쭉 써왔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오히려 그동안 분출되지 못했던 것이 억울한 듯 쓰고 싶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출퇴근길 내내 머릿속은 글감과 스토리로 가득 찼고, 가끔은 업무 시간에 보고서에 집중을 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그때 새삼 느꼈다.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그때부터는 다시 주변에 글을 쓰는 것이 취미라고 이야기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실제론 글쓰기의 대부분이 일기와 독후감이고, 수년 동안의 노력으로 호기로운 시작과 미완의 완성으로 이룬 몇 편의 소설 시놉만 남았지만 그럼에도 스스로는 즐거웠다.
10대부터 시작된 글쓰기는 그렇게 진정으로 삶의 일부가 되었다. 그 이후로는 좀 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작문에 대한 공부도 틈틈이 하기 이르렀다. 독후감을 쓰기 위해 책을 읽었고, 한 편의 소설을 완성하리란 원대한 목표를 가슴에 품고 살았다. (여전히 한 편도 완성을 못하고 있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도 '브런치'라는 공간을 알게 되었고 지체 없이 응모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심사에는 나름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써둔 글을 정리해서 올리기만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한 번에 통과가 되었을 땐 조금 자신감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브런치'에 입성한 후 '글쓰기' 인생은 대격변을 맞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