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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른이 Feb 28. 2022

글을 쓰던 이유 6

좋은 글을 쓰고 싶다.


'브런치'를 통해 마주친 글쓰기 인생의 민낯은 형편없었다.

 

브런치 작가 자격을 받은 것이 2018년  말이었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게 2019년 1월부터 였다. 10대 중반부터 시작한 글쓰기는 어언 20년이 되었기에 내심 글을 못 쓰지는 않는 편이라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준비 없이 마주친 실전의 벽은 높았다. 나의 글은 내놓기에 부끄러운 수준임을 깨닫는 데 며칠 걸리지 않았그때의 당혹감과 좌절감은 약간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줄곧 혼자만의 만족을 위글을 쓰다 보니 누군가가 '읽는다'는 상황을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언제나 내면의 외로움과 목마름을 절절히 쏟아내기 위한 글이었 뿐 누군가가 읽을 수 있는 글 아니었다. 돌아보면 고등학교 시를 친구들과 돌려보던 시절, 군 시절 첫 공모전에 출품했을 때 외에는 언제나 나만을 위한 글을 썼다.


글은 정리가 되지 않았고,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알아보기 힘들었다. 정리가 안 되니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도 못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을 쓸 줄 몰랐다. 나만의 감정 풀어내면 누군가가 공감을 할 것이라고 정당화도 해봤지만, 그건 스스로의 글에 대한 무책임한 회피였을 뿐이다. 그런 자기 합리화는 글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인정해야만 했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감을 찾거나, 나만의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꾸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런 생각이 들고 나니 일단 소설은 도저히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소설이라는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기엔 주제도, 플롯도, 내러티브도 어떤 것 하나 제대로 만들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서야 너무나 재미있고 완벽한 스토리지만 그것을 글로 옮기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그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에세이'였다. 에세이가 쉬워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짧은 글 안에 담을 수 있는 형식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나에겐 에세이 외에는 선택지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일기와 에세이 사이의 모호한 글들 차곡차곡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새로운 국면의 글쓰기는 새로운 도전이었 몰두할 수 있었기에 즐거웠다. 하지만 동시에 쓰면 쓸수록 어렵고 불만족스러운 글쓰기는 자신에 대한 실망의 이유가 되었다. 아무리 좋은 일도 직업이 되면 열정이 사그라든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글쓰기는 분명 훌륭한 '취미'이자 삶의 일부분이었지만, 점차 스스로의 초라함을 드러내는 일이 되어갔다.


그래서였을까? 브런치를 시작한 뒤 글쓰기가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어느 순간 도저히 글이 써지지 않고, 쓰고 싶지 않은 감정에 휩싸여 버리는 순간이 찾아왔다. 심혈을 기울여 쓴 글에 아무런 반응이 없거나, 공모전을 앞두고 준비했지만 생활에 치여 기한까지 완성을 못할 때, 기세 좋게 시작한 스토리를 마무리 짓지 못할 때처럼 글쓰기가 또 하나의 좌절의 이유가 되 글쓰기를 빠르게 손절했다. 그리고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브런치 앱을 열어보는 것조차 피했다. 왠지 그 앱을 열면 나쁜 일을 하는 것을 들키는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이런 멈춤 자체가 스스로의 부족함의 반증이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멈추는 시간 자체가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멈춤을 겪고 나면서 점차 브런치의 조회수와 추천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고, 의 주제가 '나'에서 벗어나기 작했다. 또한  브런치에 발행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닜다.  글은 쓰되 발행할지 말지, 어느 채널에 할지는 전적으로 글의 주제와 완성도에 따라 달라졌다. 그렇게 브런치 4년 차가 되고 나니 쓰기에 대해 조금씩 진중한 자세로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는 글을 모른 척하며 보내던 멈춤의 시간들을 이제는  사색으로 채운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구성해보고, 어떤 주제를 왜 써보고 싶은지 고민했다.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좀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 세상 공부를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In Put이 머릿속에 가득 쌓일 때쯤이면 자연스레 다시 글을 쓰게 만드는 계기가 찾아온다. 그 계기가 어떤 모습인지는 매번 다르지만 그 시간이 찾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글쓰기에 집중을 하게 된다.

그렇게 쓰기와 멈추기를 반복하면서 나의 글은 조금씩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오히려 멈춤이 없었다면 글의 정체성은 더욱 모호해지고 인간적인 성장도 없었을 것이다.




사실 지금도 엄청 글을 잘 쓰지는 못한다. 하지만 2021년 겨울지나면서 글쓰기에서의 실패와 부족함에 더는 상처받지 않게 된 것 같다. 부족함에 창피해하고 좌절을 하고 중도에 내팽기치기 보단 생각의 끝을 부여잡고 한 글자 한 글자 채워갈 마음가짐을 갖추게 되었다. 좀 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었고 천천히 갈 수 있게 되었다. 나이가 어서 일 수도 있고 내면이 성장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뭐 어떠랴?


이제는 내면의 공허함을 채우거나, 사람들에게 멋있어 보이거나, 돈을 버기 위함이 아닌 글쓰기 자체에서 재미 느끼기 때문에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성공을 해서 돈을 벌지 않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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