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찾아온 형의 죽음 - 1
장례식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오는, 은광은 지금 이 순간이 마치 영화처럼 느껴졌다. 4일 전 날아든 갑작스러운 비보는 장례식 기간 내내 은광의 머릿속을 헤집으며, 마음 한편에 묻어두고 모른 척했던 회의감, 무력함, 불행함 같은 감정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47살, 형이 죽음을 맞이한 그날 형은 47살을 앞두고 있었고 은광과 마지막으로 연락을 한 지 3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은광은 설, 추석 같은 명절 때나 형과 마주칠 수 있었다. 은광의 집이 본가와 2시간가량의 거리에 있기도 했고, 은광이 바빠 자주 본가에 찾아가지 못한 것도 있지만, 은광의 형이 어느 순간부터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명절이나 아버지 제사 때는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3년 전부터는 그때조차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본가를 찾아가도 어머니는 빌라의 3층에, 형은 2층에 살던 터라 은광이 형을 마주칠 일은 없었다. 은광이 가끔 전화나 문자를 남겨봐도 형에게 답장이 오는 일은 없었다.
사실 은광과 형은 서로 취향도, 성향도, 생각도, 살아가는 방식도 맞지 않아 데면데면했기에 은광이 애써 형과 대화를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일도 없었기에 어떠면 그 기간은 10년이 넘도록 이어질 수도 있었다. 은광은 결혼도 하지 않고 혼자 사는 형을 보면서, 나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형과 은광이 50이 되고 60이 되면 언젠가 은광이 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은광에게 형은 멀었고, 이해하기 어려웠고,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적어도 어머니의 전화를 받기 전까진 그 생각에 일말의 의심도 없었다.
목요일 저녁, 느닷없는 어머니의 전화에 은광은 사실 불행을 직감했다. 아버지의 장례 때도 들어보지 못한 무너진 목소리로 어머니는 은광을 찾았고 그런 어머니의 목소리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은광은 정신없이 본가를 향해 차를 몰았다. 어두운 도로를 달리면서 은광은 스스로 침착하고 의연함을 유지하기 위해 수 차례 혼잣말을 되뇌어야 했다. 여기서 본인에게 사고라도 난다면 어머니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을 안겨드릴 것 같아 은광은 눈을 부릅뜨고 핸들을 강하게 틀어쥐었다.
은광이 도착했을 때 형이 살던 빌라의 2층은 사복 경찰들과 티브이에서나 보던 하얀색 옷을 뒤집어쓴 조사관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은광은 현관에서 더 들어가지 못한 채 경찰과 조사관 사이로 보이는 형의 하반신을 망연자실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마주한 형의 모습은 너무도 초라했고 허무했다.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린 은광은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어머니는 은광이 한번 도 보지 못한 표정으로 하얗게 무너지고 있었다. 그런 어머니를 끌어안은 은광은 어머니에게 ‘괜찮다’는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은광과 어머니는 한참을 끌어안고 오열을 했다.
그 와중에 형사는 확인서를 받아갔고 장례식장을 잡아주었다. 경찰과 검안의는 여러 정황을 살핀 후 형의 사망 원인을 알려주었고, 그 후 병원에서 온 사람들이 형을 들것에 싫고 집을 나섰다. 은광은 이 모든 과정을 어머니를 대신해 치러야 했기에 마음을 다 잡기 위해 애를 썼지만 무언가 홀린 듯 은광의 머릿속은 쓰러진 형의 모습과 실려 나가는 장면이 끊임없이 반복 재생되며 맨 정신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그저 경찰이 알려주는 대로 “예”, “예”하며 따르는 것이 최선이었다. 마지막으로 형이 방에서 실려나가기 전 경찰은 은광에게 형의 상태를 보겠냐고 물었지만, 왠지 이 모든 상황에 은광의 무관심이 한몫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은광은 차마 형의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