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속구간

형의 장례식 - 2

by 들른이

“왜요? 아버지 쪽 사람들은 부르고 싶지 않으세요?”


억지에 가까운 어머니의 투정이었지만, 은광은 한마디 쏘아붙이기보단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다.

“아니, 그건 아닌데….”

하지만 어머니는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말을 아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년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은광은 아버지 쪽 친척들과는 별 왕래 없이 지냈다. 누군가의 결혼식에 참석한 게 한두 번 정도였던 것 같고, 어머니 대신으로 몇 번 행사에 참석했던 게 다였다.

특별히 무슨 문제가 있었거나 흔히 말하듯 친척간의 재산 분쟁이 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무심하게 그 시간을 보냈었을 뿐이다. 일이 바빴고 은광 자신의 가정을 챙겨야 했고 은광 본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보내는 시간 속에서 가족조차 챙기지 못한 은광에겐 친척들과의 왕래가 뜸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머니는 달랐다. 무슨 날이면 친척 어르신들에 연락을 하고 인사치레를 하셨다. 아버지 생전에 교류가 잦았던 고모님들과는 가끔 안부도 물으며 연락을 이어오셨다. 할머니 생전에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할머니댁과 요양병원을 꾸준히 찾으며 본인의 책임을 다하고자 하셨다. 그 와중에 아버지가 할머니보다 먼저 돌아가신 것을 끝끝내 할머니에게 알리지 않기 위해 어머니는 할머니가 쏟아내는 찾아오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섭섭함을 묵묵히 들어 넘기셔야 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대신한다는 마음이셨을까? 친가와 관련된 행사에서는 행여나 책 잡히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셨다.


“며느리니까.”


그런 어머니를 보며 아내는 말했다. 그건 며느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은광은 사실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본인도 며느리라서 힘들다는 것인지, 같은 며느리로서 어머니를 이해하며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인지. 은광은 그저 딴청을 피우며 아내의 말을 흘릴 뿐이었다.



그런 어머니가 형의 장례를 치르면서 친가 쪽 식구들을 부르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 은광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동안 체면을 차리고 인사를 챙기며 도리를 다하고자 하셨던 분이 어째서 이런 중요한 순간에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을까? 어머니에겐 무엇이 가장 중요했을까? 어머니는 친척들에게 도대체 어떤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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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깊어진 자정이 다 되어가는 도로를 바라보며 은광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어머니는 형의 죽음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은광이 보기에 부끄러움도 체념도 아니었다. 오히려 어머니 본인의 감정보다는 형과 은광이 친척들의 눈에 남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고 평가받을지가 걱정되는 것 같았다.

이제야 은광도 깨닫는 것이 어머니가 본인의 도리와 역할을 다하기 위한 그 모든 노력은 단순히 아버지를 대신하는 것만이 아니라 두 아들이 행여나 친척들에게 욕을 먹거나 안 좋게 여겨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군분투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어머니는 형이 죽음 뒤에 행여나 무시당하거나 동정의 대상이 되는 것을 어머니는 견딜 수 없을 것이다. 혹시라도 은광의 무심함과 이기심을 다른 친척들이 탓한다면 그것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형을 도와주지 않고 뭐 했냐는 질책이 무서운 걸지도 모른다. 형을 왜 저대로 두었냐고 누군가 손가락질을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는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서야 은광은 어머니의 마음 한편을 엿볼 수 있었다.

어머니는 형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형의 죽음이 자신 탓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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