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기 때문에 팀장은 회사 전체의 흐름부터 팀 업무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고 챙겨야 한다.
왜냐하면 해당 업무의 책임은 담당 직원이 아닌 팀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조금 애매하거나 귀찮은 일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아랫사람에게 떠넘기는 팀장들을 보게 된다. 하다못해 결과에 책임이라도 진다면 이해라도 할 수 있겠지만 그럴 리가 없다. 가뜩이나 생각 없이 일을 던지는 팀장 때문에 열 받는데, 종국엔 왜 이렇게 했냐며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전가하며 타박과 갈굼만이 돌아오기 일쑤다. 이때부터 흘러내리는 멘탈을 잡을 수가 없다. 물론 아무리 후배 사원을 갈군들 일은 해결되지 않기에 결국 팀장이 역할을 해야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 과정에서 해당 직원이 받는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하물며 그게 우리 팀 팀장도 아닌 옆 팀의 팀장이라면 이건 정말.....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악!!"
재미있는 건 윗사람이 책임감 없이 일을 가벼이 여기고 미루다 보면 어느샌가 그 팀 구성원 전체가 그 방식을 답습한다는 것이다. 본인들만의 원칙과 관습, 경험을 들먹이며 결과적으로 귀찮은 일은 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주변에서 아무리 그에 대해 항변해도 논리와 억지로 똘똘 뭉친 그들을 이겨내기엔 힘이 없다. 그 팀장에 그 팀원이니 본인들이 무엇이 잘못됐는지도 모르고 바꿀 수도 없다.
결국 아쉬운 사람이 일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시작을 한 이상 앞으로 발생하는 그 일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 내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를 한들 해당 팀은 요지부동이다. 그렇게 해당 팀은 문제를 미뤄냈다는 것에 만족하고, 그것이 원칙이라 자위한다. 억울한 직원이 아무리 그 팀원들과 하나하나 따지고 다퉈봤자 제자리를 찾게 하는 것은 말처럼 녹록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윗사람이 상황을 들여다보며 하나하나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하는데.. 애초에 문제의 원인이 그 윗사람이니.... 이건 답 없는 문제, 환상 속의 동물, 신기루에 가깝다. 그래서 이렇게 한번 망가진 조직은 다시 제자리를 찾기 어렵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고착화된 순간 조직은 삐그덕 대기 시작한다. 이런 조직문화에서 벗어나는 길은 결국 회사를 그만두는 것 밖에 없다.
무책임한 팀장들에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있다. 바로 '업무의 공론화'다. 보통 이런 유형의 팀장들은 구설수에 오르거나 부정적인 대중(이라 쓰고 윗사람이라 읽는다)의 평가에 예민한데, 업무를 공론화시켜서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거나 윗사람들이 해당 문제를 인식하게 되면 해당 업무에 열렬한 관심을 보인다.
윗사람은 해당 부서의 팀장에게 계속 일의 경과를 물을 테니 해당 팀장은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맡게 된다. 그리고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왜냐하면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야지만 본인의 이미지에 타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일을 미룬다는 것은 어려운 일, 귀찮은 일은 맡지 않으려는 것이다.
어려운 일, 귀찮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윗사람이 좋아하는 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일만 하려는 생각에 닿아있다.
조금의 고민도 없이 팀장이라는 이유로 일을 미루며 본인은 자기 역할은 다한다고 믿는 팀장의 모습에 오늘도 절망하고 한숨 쉬며 체념하고 돌아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