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 '지능적 안티' 기본적으로 요즘은 고객의 요구가 법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수용할 수 있거나 타당하다면 그걸 무리해서 방어하고 덮으려는 회사는 요즘은 별로 없다. 워낙 고객들 중에도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아 잘못 대응하다가는 회사가 날아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남양유업 사태가 대표적일 것이다. 그때는 정말 저러다 회사 망하는 줄 알았다. 이런 부분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바로 지능적 안티이다. 블랙컨슈머가 주로 포진해 있는 단계이기도 하다. 이들은 요구 사항이 통념을 벗어난다는 것은 2단계와 비슷하지만 원하는 답을 받아내기 위해 수를 쓰기 시작하면 떼쟁이 고객보다 수십 배는 더 피곤하다. 이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방법은 워낙 전문적이고 다양하며 집요해서 업무에 마비가 올 정도이다. 내용증명과 공문은 기본이고, 피해자 권리구제기구(소보원, 공정위 등)를 이용하는 경우는 이젠 귀여운 수준이다. 민사소송을 불사하는 경우도 이젠 드물지가 않다. 이런 법적 절차를 밟는 경우는 담당 직원은 일이 조금 힘들지는 몰라도 고객과 직접 다투지 않으니 편안하며, 회사 차원에서 방어하고 안되면 결론대로 실행을 하면 되니 어렵게 고민할 게 없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요즘 고객들이 너무 당연하고 사소한 일까지 다 따지고 드니 확인하고 조치해야 하는 업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식 절차를 통해 접수된 사안을 무시할 수도 없으니 진퇴양난이다. 회사에 문제가 있다면 따져서 구제받는 것도 좋고 회사가 놓친 부분이 있으면 이 기회게 개선해 나갈 수 있다면 그것은 좋다. 그러나 기본적인 계약관계나 민법상의 기준 자체를 뒤흔드는 아주 창의적인 논리를 검증받겠다고 나서면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들고 결국 직원만 괴롭히고 고객이 원하는 답변은 못 얻어낸 채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객은 ‘아니네’하고 돌아서면 그만이지만 이걸 감내해야 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정말 컴플레인 폭탄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이처럼 권위 있는 기관의 명확한 결론을 통해 관철시키려는 경우는 나은 편이다.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하여 온갖 곳에서 압박을 가하거나, SNS/인터넷에 이야기를 퍼뜨리거나, 기사화를 하겠다며 협작질을 하는 경우는 정말 스트레스의 정점을 찍는다. 게다가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사람도 수두룩하여 이런 협박을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으니 더욱 괴롭다. 내가 너희 회장이랑 아는 사이고, 그 회사 누구를 본인이 좀 알며, 법조계에 아는 사람이 많고, 국회의원 이름이 동원되는 등 레퍼토리가 워낙 뻔해서 이젠 들어도 무덤덤하다. 게다가 이런 이야기가 뻥카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대부분 뻥카 느낌이 나긴 한다) 설령 진짜여도 이런 이유로 전화가 오거나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뭐 그렇게 큰일이라고 압력을 행사하겠는가?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물론 가금 실제로 압력 내지는 청탁을 해오는 경우는 참으로 난감하긴 하지만 말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단돈 몇 푼도 안 되는 일에 정말 그렇게까지 할까 싶지만 인간은 감정의 동물인지라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곤 한다. 이런 사람들은 정말 노답이다. 그런데 이런 방법이 일견 통하는 것이 언론, 인터넷 등에서 문제가 불거지는 정도의 상황에 이르면 회사는 2차 피해(소송비용, 이미지 실추 등)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쯤 되면 회사는 고객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거나 아니면 원칙을 고수하고 고객의 분탕질을 정면에서 맞서 무마시켜야만 한다는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리고 회사는 그 선택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상황을 처음부터 면밀히 들여다보게 되는 데, 직원 입장에서는 그게 다 일이고 야근의 원인이며 스트레스의 원인이다. 하물며 그렇게 머리 빠져가며 싸웠건만 허무하게도 결국 회사는 합의를 선택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정말 허무의 극치라고 하겠다. 이러니 블랙컨슈머들이 사라지지 않고 기생충처럼 살아남는 것이리라. 게다가 요즘처럼 블로그, 1인 방송이 활발해지면서 이런 유형의 갑질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러라고 만든 언론의 자유가 아닐 텐데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경우 오히려 더 요구를 들어주고 싶지 않다. 어떻게든 탄탄한 논리로 방어해서 소위 엿을 먹이는 데 힘을 쏟게 된다. 청탁이나 기타 여건상 고객의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는 왠지 지는 기분이 들고 갑질에 익숙한 저 인간들에게 한 방 먹여주고 싶은 복수심이 불타 오른다. 물론 마음만 그렇다. 현실은 언제나 내 맘 같지가 않다. #4단계. '안하무인' 갑질의 끝판왕으로 이들의 머릿속에선 고객은 대황제 정도 되고 직원들은 무생물 정도로 여겨진다. 흔히 폭언, 폭행으로 사회면을 장식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다. 이런 유형의 갑질에는 직원들은 정말 격렬하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건 이미 응대라는 틀을 벗어나기 때문에 정해진 범위 내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들 입장에선 더 이상 손쓸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미 사회의 상식을 벗어난 사람들을 우리 같은 일반인이 어떻게 재단할 수 있겠는가? 일단 직원이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으니 거리낌 없이 막말은 기본에 폭력이 동원되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집요하게 직원의 일자리를 걸고 협박을 하기도 한다. 그럼 직원은 어찌할 줄 몰라 당황하고 순간 판단력을 잃는다. 같이 드잡이질을 할 수도 없고, 잘못 응대했다간 실업자 100만 시대에 동참할 것 같기도 하고, 문제가 커지면 자기 잘못인 것 같고, 책임을 져야 할 것 같고 혼란스럽다. 회사 분위기도 한몫하는데 고객 컴플레인으로 문제가 되면 고과에 반영하는 등 모두 직원의 책임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라면 아무리 부당한 경우도 참고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무리한 요구에도 응할 수밖에 없고, 주차장에 무릎을 꿇는다던가 맞는다던가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달아도 목소리를 낼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사회에서 동등한 입장에 만난다면 과연 그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될까? 절대 아니다. 오히려 사회에서 만나면 찍소리도 못할 사람들이 고객이 되면 갑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 이건 사실 직원과 손님이란 틀에 묶인 상황에서 직원이 회사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고객 응대 매뉴얼을 제공받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고객 놈들 지랄병이야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불치병이니 그렇다 쳐도 회사마저 직원을 감싸주지 않으니 안하무인이 되는 것이다. 회사에 눈치는 보이고 위축은 되고, 어느 수준까지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 가늠이 안되다 보니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수준까지 이르러도 자기도 모르게 수용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부분이 특히 조직 내 약자에 위치한 현장 직원들이 이런 일을 자주 겪는 이유 중에 하나다. 실제로 여직원이 응대하면 큰소리치다가 관리자라고 남자가 전화하면 얌전해지는 고객들이 제법 많다. 이건 사실 당해본 사람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데 분명 힘든데 말로 설명하기 참 어렵다. 요즘에야 관련 법령도 생겨 보호를 받을 근거가 된다지만 이것도 아직은 현실적인 대안은 되기 어렵다. 고객은 그야말로 지랄 맞도록 강경하게 나오는데 즉각 강제력을 행사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도망을 갈 수도 없이 말로만 경고를 하는 건 한계가 있다. 차라리 매나 안 벌면 다행이지 않을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제 회사에서도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직원을 보호하고 직원에게 이 상황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기준이 생긴 것만으로도 직원들도 자연스레 일정 수준 이상의 요구에는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고, 부당한 침해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아직 제도 초기라 사회에 완전히 받아들여지진 못하고 있기에 직원들은 여전히 고객 놈들이 무섭고 어렵기만 하고, 고객은 회사 놈들이 고객을 우롱한다며 핏대를 세우고 성토하겠지만 그래도 갑질의 피해자들에게도 역전의 틀은 마련이 됐음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고객이 왕이라던 시절에 일본의 어느 회사는 직원이 왕이라며 갑질 고객으로부터 고객을 보호했다는 이야기가 낯설고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상황의 유일한 해결책은 도망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응대하고 뭐하고 다 필요 없다. 일단 해당 직원을 뒤로 빼고 재빨리 상부에 보고해서 그 상급자나 여건이 여의치 않으면 다른 사람이 응대하는 것이 상황을 덜 악화시킨다. 그렇게 사람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조금 수그러드는 효과가 있다. 안되면? 또 바꿔야지 뭐. 일단 튀어라. 그래야 산다. 똥은 더러워서 피하는 거다. 그런데 그것조차 안 돼서 혼자서 오롯이 맞서야 한다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차라리 예의 바르지만 당당하게 나가보자. 이런 유형의 인간들은 상대방이 굽히면 굽힐수록 더 패악질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직원이 무리한 요구에도 굽히는 것을 보면서 쾌감을 느끼고 본인이 더 강하게 나가도 된다는 생각을 갖는다. 결국 직원들 스스로가 고객들의 내면에 숨겨진 악마가 잔인한 언행을 날카롭게 휘두르는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결국 아스팔트에 무릎 꿇고 싸대기라도 맞아야 일이 끝나기 때문에 차라리 강경하게 맞서서 대화를 중단하고 갑질을 차단하는 것이 상책이다. 어차피 그걸로 회사에서 잘린다면 어쩔 수 없다. 반대로 그 수모를 당하고는 회사 계속 다닐 수 있겠는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4단계를 감수하느니 단호하게 끊어버린들 고객이 뭘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물론 그 앞에선 온갖 난리를 치지만 막상 그리고 돌아서면 그냥 혼자 소리치는 것 말고 고객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잘해봐야 3단계처럼 행동하겠지만 그 정도는 우리 모두 단련되어 있지 않은가? 고객의 분노가 타당하지 않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둬라. 패악질 부리는 고객만 남을 뿐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나중에 상사에게 한 소리 들으면 좀 어떤가? 고객 놈의 갑질보다는 그게 낫지. 미친개가 행인에게 짖으면 미친개를 잡지 행인을 잡지 않는다.
모든 고객의 컴플레인을 갑질로 폄하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기본적으로 판매 상품이나 계약들은 백 퍼센트 고객의 이익을 위해서 구성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다 보니 어떤 경우엔 동일한 조건이더라도 손해를 보는 고객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때 컴플레인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고객의 상황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바라보면 공감되는 부분도 분명 있다. 고객들 나름대로 억울한 부분도 있고, 손해를 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또한 돈을 쓴 만큼 대접을 받고 싶은 마음도 있을 수 있고, 개인 사정의 변화가 생겼을 수도 있다. 충분히 이해한다. 나 역시 외부에선 고객이니 말이다.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면 공감하는 부분이 있을 때는 내가 좀 귀찮더라도 최대한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몰론 회사의 정책이라던가 다른 고객과의 형평성 등 각각의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최소한 여러 방면으로 알아봐 주고 들어주는 것 자체로도 고객은 만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컴플레인은 어쩌면 상품을 완성시키는 중요한 피드백일 수도 있기 때문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기도하다. 고객의 피드백이 있어야 발견되는 문제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상품 기획자들 역시 상품을 개선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고객의 피드백을 듣기 위해 노력한다. 착한 컴플레인은 회사를 발전시키고 고객에겐 양질의 상품이 제공되는 선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요즘은 정말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정당한 고객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회사는 생존할 수가 없다. 정치와 경제를 막후에서 조정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결국 기본적으로 고객이 찾지 않는 회사가 생존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선택의 기회가 다양해지면서 선택을 하는 소비자의 힘이 커져가는 경제환경에서는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결국 정말 중요한 것은 고객도 회사도 착한 컴플레인과 갑질을 혼동하지 않는 것이다. 대화와 상호존중 그리고 배려가 있는 그런 착한 컴플레인과 고객 응대가 회사의 발전과 고객 감동의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설령 정당한 불만이라도 그 방법이 고성과 폭력을 동반하고 상대방의 인격을 침해한다면 그것은 이미 방법론적으로 잘못되었으며 그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도 없다. 일단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보다 친절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관철되어야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 직원 역시 회사를 대표하기 위해 그 자리에 있다고 해도 결국은 한 명의 사람이기에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말이다.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 고객들이여 커지는 힘과 권력에 취한 채 직원들을 꽃으로라도 때리지 말라. 그것은 정당한 목소리가 아니라 분노조절장애이며 더 나아가 범죄가 될 수도 있다. 직원은 고객 놈들의 감정의 쓰레기통이 아니다. 오늘도 갑질에 시달린 서비스의 첨병들이여 그 수많은 욕망과 원색적인 비난을 가벼운 술 한잔에 떨쳐내시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