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 '고양이'
본 책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인간과의 소통을 희망하는 '바스테트'와 실험을 통해 인간의 정보(인터넷)을 접근할 수 있는 제3의눈을 갖게 된 '피타고라스'라는 두 고양이가 세계를 멸망으로 이끄는 쥐와 페스트에 대항하면서 성장해가는 이야기이다.
글의 흐름을 따라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고양이의 시선에서 보는 인간세계 - 피타고라스를 통한 바스테트의 깨달음 - 쥐/페스트로 인한 인간사회의 멸망-이에 대항하기 위해 뭉치는 고양이-바스테트의 영적인 자각/종간의 소통의 성공-인간과 고양이의 연합-쥐와 연합군의 전투, 한시적 승리'
사실 처음엔 박진감 넘치게 묘사된 쥐떼와 연합군의 전투장면은 계속 정적이고 차분한 앞선 문체와 달리 반전의 재미가 있었지만 그 뒤 갑작스레 열린 결말과 함께 끝나버려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종을 초월한 소통'을 통한 인류멸망(지구멸망)을 막자는 메시지를 곱씹다보니, 구체적인 사건으로 종료하기 보단 그 방향성을 깨닫고
나아가기 시작한 고양이의 묘사로 끝맺음을 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폭도와 쥐/페스트로 대변되는 모든 것을 파괴하는 인류의 욕심/현재 인류의 방향성에 대항해 그들을 몰아내고 승리를 쟁취하는 것은 인류와 고양이의 연합이었고 그러기 위해서 가장 필요했던 것은 두 종간의 완전한 소통이었다.
여기서 인간이 이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하며 다른 종을 무참히 짓밟는 현실을 비판하고 그 결과는 거꾸로 인간의 멸망을 불러일으킬 거라는 불안감을 볼 수가 있었다.
이러한 소통은 바스테트의 모든 것을 초월한 영적인 연결이 될 수도 있고 인간의 기술을 받아들여 인간의 지식을 흡수한 피타고라스처럼 실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두가지가 조화롭게 작용하여 결국 연합을 구성하고 성공적으로 이끌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러나 작가는 말미에서 결국은 바스테트의 손을 들어주었다고 보여지지만 현실에 발을 붙인 우리로서는 피타고라스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결국은 인간이 모든 종을 이해하고 지켜주려는 노력과 함께 그 종이 인간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면 인간은 언젠가 닥칠 멸망을 막을 수 있지 않겠나. 물론 그 방법이 그로테스크한 실험이라면 개인적으로는 반대지만...
작가의 지난 책들을 읽었던 그의 팬들은 이러한 세계관에 대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끊임없이 영적인 소통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고 다른 종의 생물을 통해서 인간의 부족함과 한계를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발전의 방향성을 제시해 왔었다. 이 책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보여지며 그런 세계관을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조금은 낯선 특이한 시각의 글일지 모르나 그 세계관에 익숙한 팬들이라면 과거의 다른 작품들과 연결짓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사람마다 이 책에서 느끼는 바는 다르겠지만 한 낯 고양이가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끝없는 노력과 고행을 통해 영적인 깨달음과 무소유의 정신을 받아들여 격이 다른 상위의 존재로 거듭나는 모습들을 보면 이와 반대로 일상에 매몰된 채 폭도가 되거나 먹잇감이 되어버린 책 속의 인간들처럼 사는 자신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 보는 계기를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보다 더 나아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그 나아가는 방향성이 바스테트가 이룬 영적인 연결일지 피타고라스의 실물적 방식일지는 개인의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