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하루 4 - 길을 잃었다.
오늘도 행복하지 않았다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출근을 하지만 퇴근 시간을 앞두면 여지없이 기분은 정말 뷁이다. 온갖 스트레스와 짜증을 뒤집어쓴 채 너덜너덜해진 마음은 사람들이 하나 둘 퇴근을 시작하고 나서야 길바닥에 내팽개치듯 자유로워진다.
주 52시간? 워라밸? 그래 세상은 좀 더 나아지고 직장인의 인권은 보호받았을지 몰라도 그 덕에 일은 더욱 촘촘하고 날카로워졌다. 사람들은 개에 쫓기는 닭처럼 헐레벌떡 결과를 향해 달린다. 한 가지 다른 점은 피할 지붕이 없다는 것이다. 이 레이스에는 결코 끝이 없다. 하나의 결과는 언제나 새로운 업무의 시작을 알린다. 죽어야 끝날 경주다.
지금 이 회사가 유독 그런 건가 싶지만 그럴 리가. 매일 같이 발표되는 경제 지표는 끊임없이 빨간 경고를 내밀고 기업들은 더욱 힘들어진다. 그 속의 직장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어쩌면 여기보다 더한 곳도 많을 것이다.
와 어떻게 살지......
누군가의 조언처럼 인생은 원래 힘든 것이고 그 고난의 순간 속에서 찰나의 행복한 순간이 진정한 행복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고난의 세월이 그 사람의 인생을 성장시킬지도 모른다. 그래 그럴 수 있다. 언제나 행복하다면 공기처럼 행복한지 알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 찰나의 작디작은 행복조차 누릴 여유가 없다. 아니 있기는 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찾을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보지 못하기 때문일까. 공기가 고갈되고 있다. 숨이 막힌다. 턱턱.
피로로 뒤범벅이 되어 만신창이인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지하철에서 잠시 꾸벅꾸벅 졸며 원기를 조금이라도 회복하여야 한다. 그러고 나서 심호흡을 하고 다시 가정으로 출근한다.
현대인은 일과 육아를 모두 견뎌야 한다. 모르는 사람은 육아를 아이들과 놀아주면 되는 것 정도로 여길 테지만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다. 가방을 싸고 숙제를 봐주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하나하나 감정까지 케어해야 한다. 가정 내의 청소나 설거지부터 기타 대소사까지 밀린 일들을 처리하다 보면 이미 자정을 향한다. 겪어 본 사람은 두말없이 알 것이다. 이 가정일이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는지. 돈도 되지 않는 것이 오지게도 번거롭다.
그래 안다. 가정과 아이들이 내겐 행복이고 보석인 것을. 그런데 사람이 너무 지치면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활력소 같았던 보석 같은 아이들의 미소에 조차 무감각해진다. 오히려 축적되고 축적되어 높아진 압력을 견지기 못하고 폭발한 짜증이 오롯이 아이들에게 가지 않으면 다행이다. 그리고 그런 폭발은 사람을 더욱 네거티브 존으로 몰아간다.
아침에 눈을 떠 잠드는 순간까지 단 한순간도 회사와 일, 가정과 인생 고민에 치여 머릿속이 온전치 못하다.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머릿속엔 해야 할 일과 계획, 챙겨야 할 것들,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행동방식 등에 대해 고민이 가득하다. 어떤 것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기에는 철옹성이 따로 없다.
이 모든 생활이 분명 내가 원하거나 선택한 것이건만 왠지 그 속의 하루하루는 아무리 되돌아봐도 한 순간도 행복하지 않다. 언제나 치열하고 전전긍긍 소모되고 마모되어 지친다. 몸과 마음이.
일단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겠고 어떤 게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일단 뭐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못 살겠다. 정말 지긋지긋해서 이러다 내가 먼저 정신병이 걸리든 터져 버릴 것 같다.
원래 이런 스트레스 가득한 시간을 못 견디는 성향 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반대로 남들보다 너무 잘 버텨서 여기까지 온 건지 모르겠다. 그냥 아는 게 없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고 내가 어디로 가는지. 이젠 뭘 해야 하는지.
열심히 살았는 데 길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