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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시간 Nov 22. 2022

이혼 후 연애를 시작하다.

지독히도 힘든 10월을 보내고 드디어 11월이 왔다. 11월은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붙잡을 수도 없이 손가락사이로 시간이 빠져나갔다. 바닥을 계속 치던 10월과 대비가 되면서 더욱 극대화 된 11월의 행복은 정신을 차릴수도 없이 와서 잠도 쉼도 포기하게 했다. 다시는 누구도 못만날것 같았는데 그렇게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거창하고 숭고한 사랑을 바라는건 아니다. 결혼 전처럼 주변의 것들을 잠시 놓고 집중할 수도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지금 옆에 있으면 편안하고 안정되었으면 이것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런게 어른들의 연애인건지 아이의 아빠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한다. 서로에게 무한한 이해를 바라지도 않고 오늘 당장 만날 약속도 확정하지 못한다. 챙겨야할 아이와 일과 집안일 같이 각자 짊어지고 있는 것들이 많아 상황이 허락할 때만 만날  있다. 하루의 시간을 쪼개고 나누어 만날 틈을 조금씩 찾아간다. 그래도 괜찮다.  사람과 만날수록 전남편에 대한 증오와 원망도 줄어든다. 시간의 흐름과 망각의 흐름은 시간도 방향도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 한달 사이에 감정도 지워지지않을 것 같던 기억도 모두 희미해졌다. 저녁에 설렘을 가지고 잠들고 아침에 근심과 걱정없이 일어난다. 이런 순간을 맞이하게 해달라고 눈물로 빌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가벼운 기분으로 일어나는 일상이 감사하다.


불안하지 않은건 아니다. 혼란스럽고 조마조마할 때도 있다. 어떤 자세로 이혼 후의 연애를 맞이해야하는지, 아이와 일에 치여사는 삶에서 이렇게 나의 낙을 찾아도 되는일인지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또 이 행복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 내가 지금 또 다른 슬픔을 만들어내고 있는건 아닌지 걱정이 될 때도 있다. 그래도 이전의 연애를 반복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이 노력이 오히려 칼이되어 되돌아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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