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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시간 Dec 02. 2022

이혼 후 연애를 하는 방법

이혼 직후에는 다시는 누구도 만나지 않겠노라고 선언했다. 꽤 비장하게 각오를 다졌고 그게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혼 전에도 아이를 위해서 그냥 전남편과 부부 사이를 유지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혼 후에도 역시나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누군가를 만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나는 왜 아이 핑계를 대며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찾지 못했던 걸까? 죄책감이었다. 이혼 전이나 후 내내 나를 재단하고 평가하고 처벌하는 길이 아이를 조금 더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 일에 대한 속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이혼을 이야기하고, 이혼 후 연애를 하는 전남편을 더더욱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힘들어하다 알을 깨고 나오니 어느새 옆에 새로운 사람이 서있었다. 일도, 육아도, 살림도 조금은 느슨하게 놓고 이 사람한테만 집중하는 시간이 꽤나 만족스럽다. 모든 것을 손끝에서 미끄러져내려 가게 두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언젠가는 내가 짊어진 책무가 나를 오히려 유지시켜주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을 알기에 짊어진 무게를 이고 지고 가고 있다


지금 하는 연애에서는 이 사람이 우주의 전부인 양 집착을 하거나 함께 하는 거창한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즐겁고 행복하면 그걸로 만족한다. 그냥 이것 또한 살아가는 일 중에 하나일 뿐 별거 없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이렇게 하니 마음의 일렁임 없이 잔잔하다. 특별한 기대 속에는 특별한 실망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 연애는 이토록 가볍다.


 인지 전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번쯤이라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사람을 대했더라면 어땠을까?  사람이 조금  불행했을까? 지금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지지해주고 믿어주고 긍정해준다면,  사람을 어떻게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바꾸려 하지 않았다면.. 지나간 일에 대한 회환미래에 대한 후환만큼이나 부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근심에 휩싸인다.


지금이야 이 연애가 오래가기를 바라지만 어떤 일이 폭풍처럼 다가와 내가 휘말리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그래도 이 이전보다는 더 나은 내가 남아있을 것을 믿기에 오늘도 고마움을 느끼고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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