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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시간 Jan 21. 2023

연애가 끝나가는 소리

그렇게 길지도 않았던 연애에서 끝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외로움인지 두려움인지 모를 감정을 붙잡고 늘어질 생각은 없다. 내 마음은 내가 추스르면 되겠지. 서로 마음을 다 퍼내 써버린 관계는 더 이상 회복이 안된다는 것을 안 뒤의 연애는 끝도 가볍다.



보고 싶다는 말에 돌아오는 한숨, 우리보다 타인을 주제로 하는 대화, 상대에게 끝없는 이해를 바라는 잔소리, 상대가 약속시간에 늦어 기다릴 때 듣는 차소리, 무리 속에 있을 때만 들을 수 있는 웃음소리, 긴 수화음이 울린 뒤에도 받지 않는 전화, 내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나를 배려하지 않는 빠른 발걸음 소리.


연애가, 사랑이 끝나가는 소리는 계속해서  귓가를 때리고 있다. 내가 손을 놓으면 끊어 얄팍한 관계를 뒤로 잡고 이별이라는 단어 앞에 서있는 지금.  이별을 어떻게 고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는 쪽은  나인건지 이전보다는 덤덤하게 생각하고 있다.


어쩌면 문제는 나에게 있었는지 모른다. 내가 문제를 회피하고 덮어두며 끝없이 사랑한다고 되뇌며 믿었던 이 연애가 사실은 그냥 그저 그런 보통의 감정이었는데 너무 숭고한 의미를 붙여두었다.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이번만큼은 헤어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다고 비장미 넘치게 덤볐다. 이렇게나 많은 일들을 겪었는데 아직도 남녀 사이의 관계,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찰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스럽다. 사람에 대한 이해는 많은 상처를 입었다고 해서 그 상처의 존재를 문득문득 잊을 수 있을 만큼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생기는 건 아니라는 것이 이번 연애의 결론이다.


그럼 앞으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때때로 밀려 고독을 억지로 떨쳐낼 힘조차 없는 지금은 그냥 이대로 부유하고 싶다. 어떻게 해야겠다는 철저한 각오나 어디로 가야겠다는 계획이 나를 편안한 상태로 데려다주지 못했기에 그냥 떠다니다가 어딘가에 언젠가 안착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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