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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시간 Feb 03. 2023

바람까지 피울 필요는 없었을텐데

난하다 난해. 지난 결혼을 반성하듯 정말 최선을 다해보려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아침에 편안하게 일어날 수 있어 정말 좋았다. 하지만 이렇게 또 배신을 당하다니. 이혼에서도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별까지 이리 일찍 올 줄이야. 사람에게 배신은 겪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 거라고 생각해 보지만 생각만큼 마음이 따라오지 않는 게 문제다. 이미 다른 사람과 인연을 시작한 그 사람이기에 다시 이어질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 한번 어그러진 관계는 절대 회복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끊어진 부분을 찾아 끼워지지 않는 고리를 연결해 보려 노력하고 싶지도 않은데 무슨 미련이 남아 이렇게 오늘 새벽에도 전화를 하고 말았는지 모르겠다. 전화를 받지 않는 것도 고통스러운데 다시 오지 않을 전화를 기다리는 것도 더 힘들다. 이렇게 내가 스스로 굴레로 들어가 갇힌다.


나에게 또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시작 전 수없이 받았던 다짐과 견고하게 쌓아가려 했던 노력의 흔적은 어디에 간 걸까? 이 문제를 또 나에게서 찾지 않으려 노력하고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으려 하지만 계속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지난 일을 곱씹어 가정에 가정을 더해 이랬을 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과거의 시간을 다시 한번 쌓아봐도 모래성같이 무너지고 만다.


하긴, 날아오는 새똥을 어떻게 피할 것이냐.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새똥을 피하려 항상 우산을 쓰고 다닐 수도 없는 일이다. 새똥이 왜 나에게 떨어졌는지, 그것을 미리 알고 피할 수는 없었는지 계속 고민하기보다는 그냥 안 일어나면 좋았겠지만 누구한테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여기고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흘려보낼 수 있을지 나의 마음을 봐야겠다. 얼른 물티슈를 찾아 툭툭 털고 깨끗하게 씻으면 그만이다. 정말 새똥을 피하고 싶으면 그 자리는 안 가면 그만이고 시간이 흐른 뒤 그 자리를 지나가더라도 주위를 확인하고 빨리 지나가면 된다.


극도의 외로움이 나를 감싸고 있고 사람과의 인연을 쉽게 끊을 수 없는 성격이기에 그런 사람에게 친구로 남자고 이야기했고 그 역시 후회한다. 끊어야 나아갈 수 있는 것을 안다. 계속 이렇게 희망고문을 당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앞으로 한참은 그 사람에게 하는 연락 대신 글을 쓰면서 보낼 것 같다.  


앞으로 아침에 일어나 콧노래를 부를 수 있을 만큼 신나는 일이 올지, 더 지독한 인연이 생겨 긴 한숨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 당할 만큼 당했으니 좋은 일만 올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조차 않는다. 앞으로 어떤 것이 올지 모른다고 해서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수는 없기에 오늘 하루의 감정에 충실하며 하루하루에 집중한다. 다만, 앞으로는 급작스럽게 다가오는 사람은 경계하고 나의 마음을 내어주어도 된다는 확신이 있을 때, 옆에 누군가가 없어도 좋을 만큼 외로움을 다스릴 수 있을 때 시작해야겠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내가 상처를 안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내게 어떤 일이 오든 버텨낼 힘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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