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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시간 Apr 14. 2022

술 대신 글로 푸는 스트레스


올해 1월 1일부터 이혼 준비를 하면서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협의과정, 이사 준비 등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하루에도 할 일들을 몇 번씩 점검해야 했고 나를 다독일새는 없이 아이의 마음을 보살펴야 했다. 나는 항상 이럴 때 술을 마셨던 것 같다. 일이 고된 날 퇴근 후 맥주 한잔, 여러 가지 상황으로 복잡한 날 친구들과의 술자리. 이렇게 하면 그 순간은 모든 걸 잊을 수 있어 마음이 가벼워졌다. 하지만 다음날의 숙취, 자괴감, 그리고 하지 못한 일들을 보면 또 다른 스트레스가 쌓이곤 했다.


그러다 우연히 글을 쓰고 싶어졌다. 우연이라기보다는 모든 상황이 글을 쓰도록 나아갔다. 작년부터 남편과의 관계, 육아와 살림으로부터 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려 책으로 도피했었다. 네모난 책으로 도망가는 것은 너무 간편했고 손쉬웠다. 책을 읽는 나의 모습도 좋았다. 책이 없는 곳에서는 틈틈이 브런치의 글을 읽었다. 이렇게 번잡한 현실에서 세상의 모든 글 속으로 도망갔다. 


어는 날은 나도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줄 거라는 기대는 하지 못하고 주절주절 써나갔다. 내 아픔, 슬픔을 표출할 방법을 찾지 못했을 때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타이핑하며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뱉어냈다. 술 대신 글로 괴로움을 달래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이렇게 하고싶은 말이 많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하고 이제 쓸거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또 쓰고 있는 나를 보게된다. 글을 쓰면 내가 고민했던 흔적, 마음속에 있는 고민들이 결과물로 나타난다. 이 생산적인 활동은 술보다 훨씬 가치 있었다. 글 안에 내 머릿속이 선명하게 보였고 쓰면서 내가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 깨치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글에는 사람들의 공감이 있었다. 톱니바퀴처럼 꼭 맞는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 나에게 해주는 글들이 있었다.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분들도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며 나 또한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원했다.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는 글들도 꼼꼼하게 읽고 되새겼다. 자기 전 맥주 한잔이 아니라 글 한편으로 하루를 다독이기를 여러 번.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는데 벌써 1월의 기억이 흐릿할 때 썼던 글을 읽으며 내가 이만큼 달라졌구나를 느낀다. 가볍게 하하호호 웃고 지나가는 술자리도 좋았지만 나를 알아가는 이 과정을 통해 내가 변화됐다.


바닥을 치고 있는 분들에게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끝없이 내려가고 있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글로도 치유가 될 수 있다고 한번 써보라고 말이다.  내가 출간 작가도 아니고 글을 계속 써온 사람은 아니라 부끄럽지만 그래도 글쓰기의 치유 과정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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