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답답해서였다. 내 하소연을 들어줄 누군가를 찾아 전화를 거는 것조차 버겁다고 느껴질 때, 내가 쏟아낸 얘기들의 뒷감당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들이 해주는 위로가 고맙긴 했지만 주변에 이혼한 사람이 없었기에 그 위로가 점점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관계를 단절하고 나니 세상에 내가 살았었다는 흔적이 없어질까 봐 두려웠다. 이 옹졸한 마음을 어디다 말할 수가 없어 노트북 앞에 앉아 키보드에게 계속 털어놓았다. 아이러니하게 관계를 단절하며 나의 흔적을 지우면서도 아예 없어지는 건 싫었다. 내가 존재하고 있다고 크게 외치듯이 내가 어떤 마음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계속해서 적었다.
글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받는 위로는 꽤나 힘이 되었다. 댓글 한 자 한 자 빠짐없이 읽고 마음에 위안을 찾았다. 꾸준히 댓글을 달아주시는 분의 닉네임은 어느샌가 눈에 익었고 내가 외치는 이 글자들을 읽어주시는 게 너무나도 감사했다. 그러다 어느 날은 하루 조회수가 78,917에 이르기도 했다. 어떤 달은 조회수가 202,445을 기록하기도 했다. 살면서 크게 주목받아보지 못했기에 이런 조회수가 신기했다.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올라가는 조회수에 기쁘기도 하면서 혹시 내 주변 사람이 글을 읽게 될까 전전긍긍했다. 연예인들이 일어나 보니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었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조회수에 연연해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글을 쓰고 난 다음날이면 몇 시간에 한 번씩 브런치를 들어오며 조회수를 확인했다.
그렇게 5개월 동안 40편의 글을 썼다. 생각해보니 어릴 때 꿈이 작가였다. 그 당시 단짝 친구를 따라 책을 읽다가,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고, 글짓기 상을 몇 번 받다 보니 생긴 꿈이었다. 어쩌면 돌고 돌아 어렸을 때 꿈에 한 발짝 다가간 게 아닌가 싶다. 그동안 책 보다 흥미로운 것들을 찾아다니느라 책과 멀어진 적도 있었지만 늘 어딘가를 가면 도서관을 찾아다녔다. 이사할 때마다 그 지역의 도서관 대출증을 만들고 일, 육아, 살림의 틈에서 잠시 여유가 생기면 카페에 가 책 속으로 도피했다.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면 필사를 했다. 마음에 꼭 드는 문장들로 나를 채워가는 시간이 너무나 행복했다. 이것들이 쌓여 지금 글을 쓸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내가 쓴 글을 다시 보면 지우고 싶은 내용도 있고 지금의 마음과 상이한 내용의 글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지우지 않고 남겨둔다. 어쩌면 내 글이 도움을 주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나다. 지금의 이 과정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혹 어떤 사정에 의해 절망의 과정을 반복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나에게 주는 위로인 셈이다. 지금은 여기에 더해 브런치에서 주관하는 공모전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짧은 글이지만 조금씩 모아놓으니 가벼운 책 한 권 분량은 나올 거라는 기대감도 생겼다. 언젠가 나의 직업에 작가라는 타이틀을 추가할 수 있도록 꾸준하게 쓸 계획이다.
*이런 꿈을 꾸게 해 주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분들도 새로운 희망이 생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