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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시간 Jul 30. 2022

더 이상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유치원 교사의 고백

언제부터였을까. 아이들 웃음소리에 같이 웃지 못하고 선생님을 사랑한다는 아이들의 고백에 '나도'라고 이야기하지 못하게 된 게...  내가 교사인지 아이와 학부모의 요구를 1:1로 맞춰야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인지 행정업무를 하는 행정직인지 모르게 된 때부터였을까. 나는 출근이 고통스러웠다. 나름 학부모님께 응원도 받고 동료 교사와 활발하게 교류하며 교실 안에서 아이들과 행복을 찾던 나였지만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 8-9시간 정도를 버텨내면 또다시 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만이 위로가 된다. 그렇게 겨우겨우 출근해 보람 없이 퇴근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모든 직업이 그렇듯 경력이 쌓이면 전문성이 생기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학부모를 대하는 일도 능숙해질 거라 믿었는데 '전문성'이라는 것은 사회적 인식도 그렇지만 유치원 교사에게만큼은 해당되지 않는 특성인 것 같다. 차라리 취업을 하기 전 전공 공부를 충실하게 해 나가고 실습을 통해 아이들을 만났던 내가 더 전문적이라고 느껴진다. 경력이 10년 하고도 몇 년이 넘은 지금은 아이들과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좌절과 포기만을 경험하고 있다. 분명 나는 아이들 자체가 좋아 이 전공을 선택하고 업으로 삼으려 했던 건데 지금은 갑자기 그 원동력이 없어져 어떤 힘으로 직업에 임해야 하는지를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렇다고 정말 오로지 돈을 위해 일하기에는 교사라는 직업 특성상 숭고한 성직관의 역할 수행을 버릴 수가 없기에 점점 나는 어느 쪽도 확신하지 못한 채 시들어가고 있다. 햇빛에 바짝 타버린 잎처럼 바짝바짝 말라갔다.


힘이조금 남아있을때에는 그 힘을 겨우 긁어모아 연구 주제를 찾아 연구를 하고, 학업을 이어가고, 좋다는 연수를 찾아들었다. 내 수업과 놀이를 꼼꼼하게 기록하여 글로 남기기도 했다. 빨래에서 물이 안 나올 때까지 꾹꾹 누르듯이 나를 억지로 비틀어 에너지를 뽑아냈다. 어느 한 가지에 몰두할 때만큼은 자신감도 생기고 아이들과 이것저것 해볼 생각에 기운이 났다. 하지만 출근해 문제행동이 있는 유아들을 지도하고 무리한 학부모의 요구를 수용하려 애쓰다 보면 그 흥은 오래가지 못했다. 학부모도 원하지 않고 아이들도 원하지 않는 이런 노력을 내가 해서 무엇하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비단 나만 느끼는 문제는 아니다. 동료 교사들이 힘들어하는 모습, 선배 교사가 회의감을 느끼고 후배 교사가 이 직업에서 희망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내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어느 것 하나 보장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점점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분은 어떤지 재잘재잘 떠드는 입을 보며 행복감을 느꼈는데 이제는 아이들의 일상 이야기가 듣기 힘들어졌다. 애정을 가지지 못하니 관심도 줄어들었다. 그 아이가 궁금하고, 그 아이와 친해지고 싶어 이것저것 말을 걸었는데 이제는 교사-유아와의 적정한 거리보다 한 발자국 더 뒤에 서있고 싶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라는 말의 의미는 감정의 전이와 엄마의 양육태도에 관한 내용일 것이다.  의미는 엄마가 행복하면  행복한 감정이 아이에게 전이되기도 하고, 엄마가 긍정적인 태도로 아이를 양육할  아이도 밝고 건강한 아이로 잘한다는 뜻이다. 그럼 결국 이건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다.'라는 말로 바꿔   있다. 하루에 8시간 이상을 유치원에서 놀이하고 활동하는 아이들에게  감정이 전이가 안될 수는 없다. 그래서 다시 한번  안에 낙관적이고 건설적인 교사의 모습을 꺼내보려 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부끄럽지만 이런 글을 쓴다. 다른 직업군의 사람이 보면 한심할 수도, 학부모와 아이들이 보면 배신감이  수도 있지만 글을 쓴다. 글을 쓰며  생각을 들여다보고 해결방법을 찾을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글로 도피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글의 끝에는 자기  아이들 사진을 보며 웃음 지을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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