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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호적에서 파 버리고 싶다는 한 엄마의 상담

너무 최선을 다해 키운것이 문제일까

이른아침 딱봐도 고급스럽고 우아한 여성이 상담을 왔다. 

본인은 이혼상담은 아니라고 했고,

우물쭈물하다가, "제 아이를 호적에서 파버리고 싶어서요.."라고 놀라운 이야기를 꺼냈다.

무슨사연이냐고 물으니 어머니는 답답한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희 아이가 이제 30살이 넘었어요. 어릴때부터 열심히 가르치고 시키는대로 잘 해내서 큰 문제 없는줄 알았어요. 그런데 애가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갑자기 돌변하더라구요. 모든것이 엄마탓이라면서 저를 원망하고, 비난하고, 욕하고... 제가 자기를 자기 오빠랑 차별하면서 키웠대요. 그런데 전혀 사실이 아니거든요. 필요한 학원 다 보내고, 제가 열심히 알아보고 결국은 좋은 학원, 선생님들 붙여서 00대학교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애가 그동안 억눌린게 있는건지 저를 너무너무 미워하면서 뭐만하면, 엄마때문에 내가 망했어!!"라고 하며 화를 내네요. 처음에는 좀 받아줬는데, 점점 그 정도가 심해져서 저한테 욕설을 하고, 너무 위협적으로굴어서 경찰이 온 적도 있어요. "라고 참담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혼상담이라면 정말 많은 분들의 케이스를 진행했기에 어떤 상황에 대한 조언도 가능했겠지만, 

이 사건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

그래서 일단은 "어머니, 법리적으로 자식을 호적에서 파버리는것은 안돼요... 아무리 패륜행위를 해도 부모자식의 연을 끊어낼수는 없답니다.... 그런데요..." 라고 하고, 

"너무 힘드시면 자녀분이랑 주거지를 좀 따로 지내시면 어떨까요?"라고 조언드렸다. 

그러자 최선을 다해서 가정을 지켜왔던 어머니로서는 주거지를 분리하는 것이 상상하기도 힘든 일인듯 했다.

"변호사님 어떻게 또 따로 지내요. 에휴...그리고 남들이 알면 어쩌려구요. 남들보기 챙피해요"라면서 한숨만 쉬었다.


그래서 "그러면 어머님은 집에계시고 따님의 집을 구해주고 좀 나가서 지내게 하면 어때요?"라고 했더니,

"예전에 딸아이가 집을 나간다고 해서 구했는데, 어디서 정말 위험하고 이상한 집을 비싼돈주고 구했더라구요? 걔가 뭘 제대로 못해요"라거 헸다.

그 이야기를 듣는순간 

'아 엄마의 완벽한 기준을 맞추며 살기가 참 쉽지않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실패하기전에 모든 계획을 세팅하고, 지도하고 닥달해서 딸의 꿈을 이루도록 도와 준 엄마가 너무 애썼지만, 엄마의 그 고생이 딸을 너무 숨막히게 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어머니의 모습이 나의 모습 같아서 이야기를 나눌수록 마음이 무거웠다.


아직 어린나의 딸에게 다 너좋으라고 하는 것이라는 핑계로 사교육을 시키며 캐순간 닥달하고, 재촉하고, 압박하고 해서 아이를 힘들게 한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나중에 우리딸도 나에게 저렇게 마음을 닫아버리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느끼기에 사랑이라고 느낄수 있어야하고, 

남들에게 좋은것이 나의아이에게 좋은것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또다른 자녀와 비교하거나 무시하는 이야기는 절대 금물이라는 사실을

꼭꼭 명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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