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보는 상황의 부부간 가정폭력,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어느 가정폭력피해자가 상담을 왔다.
4세 아이앞에서 배우자가 자신의 뺨을 때리고 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폭력상황에 자신이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부부는 큰소리를 내며 싸우고있었고, 정말로 아이앞에서 배우자 일방이 상대방의 뺨을 철썩 소리나게 때렸다.
그리고 상담자는 그 상황을 영상으로 찍고 있었다.
어른이 내가 보아도 너무 긴장되고 공포스러운 부부싸움의 상황이었다.
어린 자녀는 겁에질려서 엉엉 울고있었다.
상담자는 그 영상을 보여준 후 말을 이어갔다.
"이런 영상을 보여드리게 되어 유감스럽긴하고, 나도 아동학대의 가해자인것 같아 좀 그렇습니다만,
하지만 상대방의 폭력성을 입증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이야기 했다.
그 말이 이해되기도 하면서, 나의 입장에서는 정말 어쩔수 없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부부싸움의 상황에서 매우 이성적이기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이가 그 상황에서 상처받고 공포스러울 것을 알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증거영상을 보면서 나는 아이의 공포스러운 표정밖에 안보였기 때문이다.
나는 상담자에게
"더이상 유책성 증거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런 극심한 부부싸움의 상황을 다시는 아이에게 보여주지 않도록 해주세요. 너무 상처받았을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렸다.
가정폭력, 말 자체로 끔찍하지만,
그것을 목격하는 미성년 자녀들의 상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크다는사실.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이혼소송에 증거수집이 중요하다고 하기에 요즘은 동영상촬영, 녹음등이 매우 많이 이루어지고, 그것을 위해서 참 많은 사람들이 증거수집에 골몰하다보니 더큰 감정적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여하튼,
아이의 상처는 최소화 하는 것이 이혼을 겪는 우리 어른들의 도리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