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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아듣기

이혼조정, 셀수 없이 많이 해도 손꼽힐 힘든사건...

얼마전 참석했던 이혼조정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젊은 부부의 신혼 이혼사건이어서 재산분할도 할 것이 없고, 아이의 양육권과 양유비 결정만 하면 되는 나름 단순한(?) 사건이었습니다.

물론 부부의 이혼사유는 남편의 외도와 술버릇, 방만한 경제관념 등이었죠.

하지만 아내측은 그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남편과의 신속한 이혼을 위해 

위자료를 포기하겠다고 했고,

양육자와 친권자 지정 그리고 최소한의양육비만 주면 이혼을 하고싶다고 했어요.

아내의 이런 열린마음 덕분에 수월한 조정을 기대했는데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조정과정에서 남편은 아내에 대한 공감하기 힘든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아내가 애들한테 내 욕을 해서 애들이 나랑 못만나고 있다. 애들을 안보면서도 나는 한달에 00만원씩 생활비를 보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듣고만 있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었는지,

"애들을 만나지 못한 이유는 아이아빠가 아이를 억지로 데리고 가겠다고 애한테 직접 얘기를 해서 

아이가 불안감이 생겨 아빠를 안만나려고 하는 것이에요"라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저렇게 남편을 무시하고, 나쁜사람을 만든다. 이렇게 조정을 신청하기전에 나랑 대화를 했어야지!"

하면서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습니다.


대리인으로서 참다못한 저도 조정위원에게 정중하게

"한자리에서 이야기 나누는것이 너무 힘드니, 분리해서 진술하게 해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그래서 한참을 따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남편은 나아진 것이 없었습니다.

혼자 40분이상을 조정위원과 이야기 나누고 나왔고,

조정위원은 아내에게 "양육비를 조금 양보해 줄수있냐"고 조심스레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고민끝에  "그렇게 할께요"라고 했습니다. 

부부가 한자리에서 조정을 다시 진행하면서 

"우리는 양육비에 대해서 양보해서 남편측 의견대로 하겠다"고 하자, 

남편은 또다시 발끈해서

"양보는 무슨 양보냐. 저봐라 날 무시한다. 원래 그만큼 받기로 했었던건데 무슨 양보냐"고 우리의 양보조차 자신을 무시하는거라면서 꼬아들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아 이 사람은 무슨말을 해도 부정적으로 듣는구나. 말을 말아야 할 사건이다'라고 결론을 내렸죠.



남편의 꼬아듣기.

이 문제는 결혼생활내도록 아내를 많이 힘들게 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단 남편뿐아닐 꼬아듣는 아내들도 많죠.

나를 공격하는것이 아닌데 공격한다고 느끼고 버럭하거나, 상대방을 심하게 비난하고 원망하는 것이죠. 

배우자가 그런 성향이 있으면 결혼생활이 절대로 원만할 수 없습니다.


의뢰인의 간절히 이혼을 원하는 마음이 너무 깊이 이해되는건 당연한 것일까요.


그동안 정말 셀수없이 많은 이혼조정을 다녔지만, 이렇게 힘든 조정은 손에 꼽을 것 같았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조심스럽고, 벽과 대화하는 느낌이었거든요.;;


이 사건은 3시간 반 이상 조정이 진행되었지만, 결국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것으로 마무리되고

재판회부 되었답니다...


꼬아듣기. 여부.

결혼상대를 고를 때 유의해야할 점 이라는 사실 명심해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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