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2화
결혼생활의 후반전(결혼생활 20년 이상),
황혼이혼 예방법
『“변호사님, 남편 때문에 너무 힘든데, 이혼하면 아직 결혼 안 한 자식들한테 혹시나 누가 될까 봐 걱정이에요. 이 나이에 이혼했다고 누구랑 같이 살 것도 아니고, 남편이랑 법률적으로 부부는 유지하면서 이혼한 것처럼 그냥 남남처럼 지낼 방법 없나요?”라고 중년의 아내가 상담하러 왔다. 아내의 남편은 평생 심각한 주사(酒邪)와 폭행으로 아내를 괴롭혔다. 남편의 나이가 들면서 좀 잦아들긴 했지만, 여전히 감정조절을 잘하지 못하고 수시로 가족들을 윽박지르곤 했다. 그래서 아내는 항상 가슴 졸이며, 불안감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아내는 이제 그런 삶을 정리하고 싶으면서도 자식들 때문에 차마 이혼은 하지 못하고 고민 중이었다. 』
몇 해 전 모 예능프로그램에서 한 중년 남성 연기자를 통해 “졸혼”이라는 형태의 혼인 관계가 소개된 적이 있다. 엄밀히 말하면 “졸혼”이라는 관계는 법률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혼인 또는 이혼의 형태는 아니다. 사전(辭典)에는 ‘'결혼을 졸업한다'라는 뜻으로 이혼과는 다른 개념이다. 혼인 관계는 유지하지만, 부부가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념으로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새로운 풍속이다.’라고 정의된다. 물론 이 개념도 일반 국어사전 상의 개념은 아니고 포털 사이트의 오픈 사전에 일반인들이 정리한 개념이다.
아무튼, 졸혼이라는 단어는 앞서 정의된 정도의 의미인데 혼인 중의 부부와는 법률적으로는 다를 바 없는 부부이다.
그러므로 졸혼한다고 해서 상대 배우자에게 재산 분할을 요구하거나,
주거지에서의 퇴거를 요구하는 등은 할 수는 없다.
단지 부부 상호 간의 협조하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내보기로 하는 협약(?) 정도의 의미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법원에 졸혼을 청구할 수는 없으며, 배우자와의 혼인 관계 정리를 원한다면 일반적인 이혼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혼 중에서도 혼인 기간이 20년을 넘어서는 황혼이혼은
상대 배우자에게 법률혼의 해소를 요구하고, 적정한 위자료 및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절차이며,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이에 응하지 않으면 강제할 수 있는 집행력이 부여될 수 있다.
『아내는 남편과 27년간 혼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행복한 순간이 거의 없었다. 이들은 초등학교 교사 부부였는데, 남편은 사사건건 아내의 행동을 간섭하려고 들었고, 맞벌이를 해왔음에도 항상 집안일은 아내의 몫이었다. 아내는 남편의 간섭과 부당한 대우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자녀들이 대학교를 졸업할 즈음인 지난봄에 이혼소송을 진행하기로 했다.
예상했던 대로 남편은 “나는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 이혼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라며 이혼 기각을 구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아내는 그런 남편이 더욱 치가 떨리도록 싫었다. 두 사람의 사건은 법원에서 조정 절차로 회부가 되었고, 조정 단계에서 이혼에 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2년 정도 서로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고, 혼인 관계를 유지해 보기로 한다. 그러나 이후에도 A의 의사가 변함이 없는 경우 협의이혼으로 이혼을 하기로 한다.”라고 이혼을 하지 않는 조정을 하였다.』
이 사례의 조정안이 일종의 졸혼의 내용일 수 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서로의 생활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도, 2년 후에 협의이혼을 한다는 약속도 강제집행이 불가능한 내용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이런 형태로 황혼의 부부는 이혼이 아닌 제3의 부부관계를 선택하게 되고,
많은 부부가 이혼보다는 이런 형태의 졸혼을 원하기도 한다.
이혼을 원하는 사람들은 재혼을 염두에 둔 경우가 많은데, 황혼이혼일수록 재혼의 필요성을 적게 느끼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단지 지긋지긋한 상대방으로부터의 해방이면 된다는 분들이 많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졸혼은 분명히 이혼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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