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2화
이혼고민, 나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님, 요즘 세상에 저처럼 사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지난 30년 결혼생활 동안 마음대로 돈 한번 못써봤고, 남편이 얼마를 버는지도 제대로 몰라요. 맨날 남편이 뭐라고 하면 주눅들어 살고, 그 눈치보느라 제가 정말 심장병이 걸릴 지경이에요.”』
위 사연에서 처럼 부부 사이에 경제적 부분에 관해 공유가 되지 않는 경우가 이혼 사유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저분만 특수하게 사는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혼상담을 수도 없이 많이 진행하다 보니 이제는 5분 정도만 대화를 해보면 어떤 것이 문제인지 단시간에 파악이 가능하다. 그래서 말씀을 듣다가 비슷한 유형의 이혼고민을 했던 부부들의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제공해 드리면 의뢰인은 깜짝 놀라며 “어머, 맞아요 맞아. 어쩜 저랑 똑같이 사는분이 있나봐요? 다들 그렇게 사나봐요”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얻곤 한다.
『“남편이 조금도 안 받아주고, 제가 화내면 그 이상으로 소리 지르고 물건도 던지며 화를 내요. 예전엔 안 그랬거든요”라면서 아내가 상담을 왔다. 아내는 남편의 성실함과 배려심 있는 모습에 반해서 결혼을 결심했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은 자기 편한 대로 말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아내는 섭섭한 마음에 더 짜증을 내게 됐고, 둘의 싸움은 점점 격화되었던 것이다.』
“변호사님, 정말 이런 이유로도 이혼하나요?”라고 묻는 당신에게 “네, 당연하지요. 그보다 사소한 이유로도 이혼을 고민하고, 실제로 이혼에 이르기도 합니다”라고 답변해드릴 수 있다. 조금 위로가 되고 안심이 되지 않는가? 상당tn의 부부들은 소위 말하는 별것 아닌 이유(예컨대, 외도, 폭행, 도박 등을 제외한 사유)로 다투고 또 화해하고, 또는 화해하지 못하고 이혼을 고민한다. 그런데 그 고민의 유형이 상당히 정형화돼 있다.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배우자의 잦은 짜증과 불평 또는 예전처럼 다정하지 못한 모습이 쌓이고 쌓여 이혼사유로 주장되기도 한다.
『남편이 평생 바람을 피웠는데 지난 38년의 혼인기간 동안 발각된 외도만 각기 다른여성과 무려 4번이었다. 아내는 그때마다 자녀들을 생각해서 참고 또 참았다. 그런데 황혼에 접어들어서도 계속 외도를 일삼는 남편을 보면서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판단에 아내는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결혼 2년 차인 신혼부부. 그런데 아내는 이유 없이 혼인신고를 미루고, 부부관계를 거부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우연히 아내가 직장동료와 외도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남편은 반성하는 아내를 용서하겠다고 했지만, 그 일 이후로 아내의 일거수 일투족이 의심스럽고 불안하기 시작했다. 아내가 조금이라도 자신의 말을 거절하거나,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 분노가 참을 수 없이 밀려왔다.』
연령과 성별, 혼인기간 등을 불문하고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고 이혼을 가장 고통스럽게 고민하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배우자의 외도'이다. 또한 그와 대응 되는 이혼사유는 배우자의 의처증 또는 의부증이다. 예전의 어떤 의심스러운 상황에 대한 경험이 의처증 또는 의부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그것이 도를 넘어서는 경우 이혼을 고민하게 하는 사유가 된다.
『신혼여행 때부터 남편의 폭행이 시작되었는데 아내는 남편의 사과를 받고 넘겼다. 그러나 이후에도 화가 날 때마다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아내를 밀어 넘어뜨리는 등의 행동이 빈번하게 이어졌다. 그리고 그 폭행의 정도가 점점 강해져서, 급기야 아내에게 칼을 들이대며 위협하기까지 했다.』
요즘 데이트 폭력이 이슈가 되고 있고, 데이트 폭력뿐 아니라 가정폭력에 대한 처벌과 단속이 강화되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가정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고, 피해자가 남성인 경우도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폭언과 폭행 등이 수인한도를 넘어서니 몸과 마음의 상처를 받고 이혼을 고민하게 된다.
『아내는 결혼 당시 시댁에서 시댁 가까이 신혼집을 마련해 주는 것을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그런데 결혼 후 부부는 거의 매주말 시댁에 왕래해야 했고 시댁에 갈때마다 출산 전에는 “아이 언제 가질 거냐”고 시부모가 물어왔다. 그리고 출산 후에는 시부모가 “아이를 그렇게 키우면 안 된다” “아이한테 왜 그런 것을 먹이냐”, “아이 추운데 옷을 더 입혀라” “어린이집은 좀 천천히 보내야지”등등 양육에 관해 상당히 많은 간섭을 했다. 결국 아내는 시댁에서 먼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남편에게 꺼냈다. 그러자 남편은 그런 아내가 못마땅했고, 시댁과의 갈등 문제로 자주 싸우다가 결국 둘은 이혼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다.』
요즘은 고부갈등뿐 아니라 장서갈등으로 인한 부부관계 파탄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이혼사유의 한 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결혼이라는 것이 두 집안의 결합 내지는 만남이기에 배우자가 오랫동안 경험하고 쌓아온 가치관과 가풍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리거나 위 사례에서처럼 지속적인 갈등과 섭섭함이 쌓이다 보면 부부 사이를 갈라놓는 중대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서로의 집안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예민하고도 오해하기 쉬운 면이 있어서 조심하고 또 조심할 필요가 있다.
『아내는 남편이 생활비 지출을 일일이 간섭하고 절약을 강요하는 것이 너무 불편하고 부당하다고 느꼈다. 아내는 항상 버는 만큼 넉넉하게 쓰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랬었는데, 남편은 항상 싼 것을 찾거나 "생활비좀 아끼라"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았다. 남편은 씀씀이가 헤픈 아내가 항상 못마땅했다. 둘은 돈 문제로 빈번히 다투었고, 아내는 급기야 부족한 생활비와 개인용돈을 친정 부모로부터 몰래 조달받으며 지냈다. 그 와중에도 남편은 아내가 돈을 쓸 때마다 용처를 캐물었고, 결국 아내는 남편에게 "더이상 당신한테 이렇게 치사스럽게 돈얘기하면서 살고 싶지 않다"면서 이혼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
예상하는 것처럼 돈문제로 이혼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구체적으로는 경제적인 가치관이 달라서 이혼을 고민하기도 하고, 도박, 주식투자, 보증 등으로 부부공동의 재산을 탕진해 버려서 이혼을 결심하기도 한다. 부부가 된다는 것은 경제공동체가 된다는 말과 같은데, 그것은 정말 돈문제에 있어서 한배를 타는 것이다. 내가 아껴서 모은재산도 함께 나누어야하고, 내가 손해본 재산도 나혼자의 손해가 아니라 우리의 손해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자의 경제적인 문제가 곧 이혼사유로 직결되는 것이다.
이처럼 이혼사유를 다섯가지 정도로 나누었지만 많은 부부들이 그 외에도 정말 다양한 사정으로 이혼을 고민하고들 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이혼고민을 다른 누군가도 똑같이 했었다.
나만 이렇게 사는 것 아닌가? 이런 기이한 일을 겪어낸 사람이 있을까? 의문을 가질 필요가 없다.
다들 비슷하게 고민하고, 또 견뎌내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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