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신청서를 접수하고 두달여가 지난 2013년 가을 어느날 조정기일이 열렸다. 오전 10시 서울가정법원 325호 앞에서 어머님과 한변호사는 만나기로 했다. 한변호사는 조정시간인 10시보다 30분정도 먼저 법원에 도착했다. 기록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법정근처에서 어머님을 기다리고있었다.
9시 40분쯤, 어머님이 아드님과 함께 조정실쪽으로 걸어오고있었다. 단정한 옷차림을 하고,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변호사는 아드님에게 “여기계시면 아버님이랑 마주칠 수 있으니 근처 커피숖에 계시면 마치고 제가 연락드릴께요.”라고 이야기 했다.
아드님은 “알겠습니다. 변호사님. 끝나면 연락주십시오”라고 말하고 급히 사라졌다.
한변호사는 325호 앞 의자에 앉아서 어머님과 조정절차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님, 잘지내셨어요? 아침식사는 하셨구요? 긴장되시죠?”
어머님은
“네, 변호사님, 법원이라는데를 제가 이렇게 와볼줄 몰랐어요. 힘드네요.”
라면서 말을 잇지 못하셨다.
한변호사는
“어머님, 그냥 제 옆에 편히 앉아계세요. 얘기는 제가 할 것인데, 혹시 조정위원이 어머님한테 물어보는 것은 사실대로 편히 얘기하시면 되구요, 힘들고 곤란하면 제가 옆에서 이야기해드려도 되니 마음편히 계세요”라고 이야기했다.
조정시간을 5분남겨두고, 아버님과 그쪽 변호사도 325호 앞으로 걸어왔고, 어머님에게 인사를 건넸다. 어머님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곳을 쳐다보았다.
10시가 되니, 조정위원이 어머님의 이름을 불렀고, 어머님은 한변호사 함께 325호 조정실로 들어갔다.
조정이 시작되자, 조정위원은 “우선 이혼을 신청한 신청인측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이혼을 원하시는 입장이고, 위자료랑 재산분할도 받고 싶으신것이구요? 피신청인은 이혼 기각을 구하시는거죠?”라고 이야기 했다.
어머님은 고개만 끄덕였고, 피신청인 즉 아버님은 조정위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는 이혼을 안합니다. 이혼할 이유가 없어요!”라면서 큰목소리로 대답했다.
조정위원은
“그러면 두분 따로 분리해서 이야기를 좀 들어볼께요. 그러면 우선 신청인만 여기 계시고, 피신청인은 잠시 밖에 나가주세요”라고 말했다.
아버님측이 조정장밖으로 나간 후 어머님의 표정이 조금은 편안해 진 느낌이었다.
조정위원은 어머님에게 왜 이혼을 하고 싶은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을 물었다. 어머님은 이야기를 하다가 목이메여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고, 한변호사는 그때 어머님의 손을 잡아드리고, 조정위원에세 그동안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전달했다.
이후, 어머님과 한변호사는 조정장밖으로 나가고 아버님측이 조정위원과 조정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조정장 밖에서도 조정장에서의 소리가 들릴정도로 아버님은 큰소리로 이야기 하고있었다.
“제가 결혼생활동안 얼마나 잘해줬는지 아십니까. 돈달라는 것 다 해주고, 병원도 다데려가고, 좋은집, 좋은차 타고 잘 살게 해줬는데, 이혼이라니요. 말도 안됩니다. 저는 절대 이혼동의못합니다.”라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듯 이야기했다.
잠시 후 조정위원은 어머님도 조정실로 들어오라고 했고, 판사님실에 연락을 취했다.
판사님이 내려와서 조정을 마무리 해주셔야 하기에 조정위원과 양당사자, 대리인은 판사님을 기다렸다.
조정실내에 정적이 흘렀다. 숨이 막힐듯한 정적을 깨고 아버님은 어머님에게
“뭐가 불만인거야? 이혼이 애들 장난인줄 알아? 이혼못해. 같이살아!”라면서 소리를 질렀다.
순간 한변호사는 너무 화가나고 당황스러워서,
“조정위원님, 피신청인 자제시켜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판사님오실때까지 조정실밖에서 대기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어머님을 조정실밖으로 모시고 나갔다.
얼마 후 판사님이 내려오셨다.
쭉 기록을 살핀 판사님은 "조정을 속행해서 한번 더 해보겠습니다. 다음기일까지 양측 낼것 있으면 더 내보세요. 피신청인은 특히 이혼기각을 구한다면 어떻게 잘 해볼 생각인지도 생각해보세요"라고 하였다.
조정장을 나서는데, 아버님은 계속 어머님에게 “나랑 얘기좀 해!”라고 귀찮게 굴었고, 한변호사는 급하게 어머님을 모시고 법원건물을 빠져나왔다.
한변호사는 아드님에게 전화해서, “조정마쳤어요. 어머님모셔주세요.”라고 얘기했고, 마침 법원 앞에 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던 아드님을 만날 수 있었다. “어머님 너무 고생많으셨어요. 아드님, 어머님 편하게 모셔주세요.”라고 한변호사는 말했다. 어머님은, “변호사님이 고생많으셨죠. 앞으로 갈길이 멀죠. 식사라도 대접해야하는데... 감사합니다.”라고 하셨다. 그렇게 헤어졌다.
그렇게 첫조정을 마치고, 한변호사는 앞으로 갈길이 멀다는 생각과 함께, 이 사건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