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판결선고일, 변호사의 성적표 수령일

이혼전문변호사, 학교를 졸업하고도 성적표를 받아드는 느낌적 느낌

이혼전문변호사로서 10여년 일을 하다보니, 정말 많은 사건들을 진행하고, 종결시키게 된다. 

이혼사건은 조정의 형태로 마무리 되는 경우가 참 많은데, 

그래도 끝까지 합의가 되지 않으면 "판결"을 받게 된다.


판결의 결과는 마지막 재판일로부터 3주 내지는 한달 정도 후에 선고가 되고, 그 결과가 정리된 문서가 바로 판결문이다. 

판결문을 받을때마다 떨리는 것은 연차가 쌓여도 한결같은것 같다. 


오히려 연차가 쌓일수록 긴장감이 커지는것도 같다. 

'사건에 더 많이 신경쓰고, 아는것이 많아지는 만큼 걱정 거리가 많아서일까?'



그런데 어느날 나는 판결문을 떨리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가면서 문득, 


'어, 옛날에 학교다니던 시절 성적표 받았을때랑 비슷한 이느낌은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고, 시험을 치른 후 각과목이 몇점인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결과를 확인하는 성적표를 수령하는 그 순간은

정말 짜릿하고 긴장됐었다. 

어느 과목에서 어떤 실수를 했는지, 내가 고민고민해서 써낸 답안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그 순간은 이루말할 수 없는 희열이 있다.

물론 실수해서 틀리는 것은 몇날며칠 잠을 못잘정도로 괴롭고 힘들다. 


판결문을 읽어내려가며

'아, 내가 주장한 법리를, 그리고 내가 구성한 사실관계 주장을 판사님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여 이렇게 판결문에 반영해 주었구나' 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의 짜릿함은 성적표 수령의 순간과 너무너무 비슷하다. 

이혼이 안될까봐 걱정했던 사건인데 이혼이 되면서 위자료까지 판단되거나,

재산분할의 비율이 40%정도면 만족하겠다고 생각했던 사건이 50%까지 인정되거나 하면 정말 환호성을 지르게 된다. 



한편, 시험에서 틀린부분은 오답노트를 만드는 것처럼, 

판결문을 받아들고 내가 생각한것과 다른 판사님의 판단부분은  받아들이기로 하며 메모해 두기도 하고, 

답안에 대한 이의신청처럼 판사님의 판결 중 도저히 받아들 일 수 없는 판단은 의뢰인과 상의 후 항소를 하기도 한다. 


변호사는 학교를 졸업하고도 성적표를 받아드는 이 느낌을 평생 갖고 살아야 하는 직업이라 생각하니

착잡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누군가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성적표를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나의 일에 보람을 느끼며 책임감을 갖게 된다. 


오늘도 우리 법무법인 승원에는 

5개의 성적표가 도착했다....ㅎㅎㅎ

All A+이길 기대하며 한번 열어봐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외부적 갈등이 내부의 단결을 불러올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