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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다툼 중 경찰신고의 의미

이혼전문변호사, 경찰신고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다

이혼전문변호사로 오래 일을하다보니 극단적인 사건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극심한 가정폭력사건,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당사자의 신변에 중대한 위협이 가해질 수 있을 사건들이 종종 발생한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이혼상담을 와서 

"남편이 너무 무서워요. 소리만 크게 질러도 가슴이 벌렁벌렁 합니다"라고 하면,

나는 

"일단 경찰에 신고하세요. 경찰이 왔다 가는것만으로도 더 큰 피해가 예방될 수 있거든요"라고 조언을 드리곤 했다. 

실제로 부부다툼 상황에서 방화나 살인 등 극단적인 범죄로 비화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기에 

이렇게 안내를 드리는 것이 그나마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얼마전 가까운 지인이 연락이 왔다.

아내랑 언쟁 중 너무 화가 나서 욕을 한마디 했는데, 

아내가 갑자기 그자리에서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것이었다. 


엄청난 폭행이 있었던 상황이 아니었고, 심지어 폭언조차 없었다고 했다. 

단지 평소에 하지 않던 욕설이 한마디 나갔던 것이었고, 배우자는 그것이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출동한 경찰이 둘의 이야기 듣고 

"두분이 잘 해결하시라"고 하고 돌아갔다고 했다.

물론 이 부부도 감정적으로 둘이 다투다가 일어난 일이었기에 이내 화해하고 풀었다고 했다.


그런데 

생각할 수록 아내가 자신을 신고한 사실자체가 너무 충격적이고,

섭섭했고

"나는 도대체 저 사람에게 어떤 존재인가"

"내가 그렇게 우스운가"

"나랑 그만 살려고 이혼 증거수집 하는건가"

라는 등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신을 괴롭힌다고 했다.

너무 우울하기도하고, 배우자가 밉고 야속하기도하고.....


한편으로는 이해해야지 싶으면서도, 

지금까지 이런 일이 없었던 부부였기에 더욱 충격적이고 힘들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그동안 나의 조언들이 가슴철렁하며 약간은 후회스럽기도 했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의뢰인들에게 

"일단 경찰에 신고하세요"라고 했던가...


물론 내가 그렇게 말한 것은 의뢰인의 안전을 위함이긴 했지만, 

정말로 경미한 상황에서 신고를 당한 상대방 입장에서는

배우자와의 관계 회복이 불가능 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우리 남편으로 부터 신고를 당한다는 생각을 해봤다. 

설사 그것이 그냥 입건조차 안되는 상황인, 

하나의 해프닝으로 그친다고 하더라도 

나에 대해 공권력을 동원했다는 사실만으로 너무 야속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이혼전문변호사로서 수많은 이혼사건과 관련 형사사건을 진행해 왔는데, 

배우자를 경찰에 신고한다는 의미가 신고당한 배우자 입장에서 어떤 마음이 들 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한번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가정폭력을 견디며 경찰에 신고를 망설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배우자에게 센척하기 위해서 억지스런 신고는 자제하자는 것이다.

아무리 별것 아닌 신고라도 경찰에게 진술하고, 조사받고, 사건을 마무리 하기위한 여러 절차가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조금은 신중할 필요가 있을것 같다. 


부부다툼 중 경찰신고의 의미, 

다시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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