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파란새의 영면 : 편안히 쉬기를..
평소보다 무거워진 책가방을 메고 제제가 등굣길에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엄마가 좀 들어주지~'라며 삐죽대는 딸과 '그러게, 적당히 넣어야지'라며 자신의 몫은 자신이 책임져야한다는 것을 8살 딸에게 단호히 가르치려는 엄마가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간다. 물론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주문이 오늘도 어김없이 통하며 입학 후 처음으로 딸내미 가방은 엄마의 어깨에 메어져 버스 정류소 모자 쓴 할아버지 계신 곳까지 들어주겠노라는 약속과 함께 쫄래 쫄래 흔들려간다.
버스 정류소 모자 쓴 할아버지가 오늘은 안나오셨나보다. 대신 피아노 학원 언니 두 명이 건너편에서 제제를 부르며 죽은 파란새가 있다고 무언가 구경이라도 난 듯 알려준다. 학교 가던 길을 그냥 갔으면 좋으련만 제제는 언니들의 부름에 가서 보고싶다며 '엄마 제바알~' 필살기로 허락을 받곤 언니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리고 눈을 꼭 감은 채 영면에 든 작은 파란새를 바라보았다.
"엄마, 파란새가 죽은거야? 그럼 차가운 바닥에 파란새가 계속 있으면 안되잖아. 동물 병원 선생님께 이 사실을 알려주고 파란새를 편안한 곳에 데려다 주자 엄마"
동물병원의 오픈 시간은 아직도 멀었거니와 상쾌한 아침 등굣길에 '죽음'을 마주해야하는 상황과 이 작은 새의 죽음 앞에서 무엇을 해야할지 ,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엄마는 자신이 어른 흉내를 내는 바보같아 불편한 감정이 마음에서 불쑥 솟아 올랐다. 그런 엄마의 기분을 살피던 제제는 엄마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는 듯 기운 찬 모습을 보이며 씩씩하게 교실에 들어가면서도 차가운 바닥에 있는 새를 꼭 어떻게 해달라는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순수한 그녀의 당부에 나는 편의점에 들러 목장갑을 샀다. 그리고 길거리에 폐지 수거를 기다리고 있는 상자를 하나 들고 차가운 바닥에서 영면에 든 그 작은 파란새에게로 갔다. 작은 새를 두 손에 드니 아기다. 굳어서 딱딱했지만 자는 모습은 순수한 아기의 모습이었다. 상자에 조심히 넣어 들곤 절이 있는 산으로 갔다. 부처님이 계신 산이라면 이 아이의 영면을 받아줄 것 같았다. 흙을 파서 묻어주려니 이 작은 새에게 흙의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울 것 같았고, 공갈벌레가 꿈틀거리는 축축한 흙에 이대로 넣기엔 서글펐다. 새는 나뭇가지로 만든 둥지에 산다는 생각이 스치며 마른 소나무 잎을 푹신히 깔고 그 곳에 그 작은 파란새를 뉘였다. 그리고 이불을 덮듯 토닥토닥 마른 나뭇잎을 덮어주었다. 마치 침대에 누워 잠든 아기새처럼 편안해 보였다. 옆 돌계단을 올라 커다란 부처님상에 세번 절을 올리며 부탁드렸다. 이 작은 파란새가 편안히 쉬게 해달라고. 그렇게 절을 올리고 돌아오는 돌 길에 작은 하트돌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랑으로 돌아가라는 기원과 함께 작은 파란새 곁에 하트돌을 놓아주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긴 아침 등굣길이었다. 무거웠던 딸내미 가방은 결국 교문까지 내가 들어주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