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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Apr 22. 2024

엄마 성적표

8살 제제가 한글을 잘 못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

파닉스 영어를 어려워하는 모습에 화가 났다.

손가락으로 더하기 빼기를 하는 모습 화가 났다.

그리고 화를 냈다.

사실 그 모든 화는 아이가 못해서가 아니라 나를 향한 것이었다. 지나간 시간 속에서 엄마로서 역할을 잘 못 해낸 성적표를 받아든 것만 같아서 나에게 화가 났던 것이었다. 그럼에도 애꿎은 아이에게 그 화는 전염되었다. 못해서 답답한 건 제제 자신일텐데 말이다.

지독한 엄마라고 또 나를 자책하며 엄마 퇴사를 외치고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오다가 토닥토닥 제제를 재우며 제제에게도, 나에게도 사과를 한다. 그리고 이 시각 우리가 함께 이곳에 있음이 참 좋고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내일은 한뼘 더 자란 엄마가 되겠다 다짐한다.


그렇게 엄마가 되기 전엔 미처 알지 못 했던 것을 또 하나 배우며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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