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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Jan 07. 2025

슬픈 흐림

오늘 저녁식사를 하는데 아빠가 야구보다가 공이 방망이에 탁 맞으면 앗싸! 하며 이렇게 했다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곤 너가 했던 세레머니를 제제가 따라했다. 어젯밤 침대에서도 엄만 아빠가 미웠던 적이 언제냐고 물으며  오랜만에 너의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리고 오늘까지 너의 이야기가 이어져서 아빠가 많이 보고싶구나, 하는 마음에 눈이 붉어지려하는게 제제가 불쑥 이런다.




엄마, 나 아빠가 있었던 게 꿈 같아.
아빠가 없었던 것 같아.



이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은 왈칵 쏟아져내렸다. 7살 이전 기억은 어른이 되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무의식으로 넘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서서히 깊은 기억 저장고로 아빠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흘러가며 흐려지는 게 제제는 어색하고 허전하고 그립고 낯설고 아빠를 또 한번 잃는 것 같아 슬퍼하는 것 같다. 너가 가고 나서 제제를 걱정하던 나에게 주변 어른들이 나를 위로하며 7살 이전이니까 크면 아빠 많이 기억도 안나고 해서 생각보다 제제가 안 힘들거라는 어른들의  말씀에 다행이다 싶었었지만 그 변화의 순간을 걸어가는 딸을 보니 마음이 미어진다.  마취를 하고 눈 뜨면 끝나있는 수술 같은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추억이 하나 하나 흐려지는 것을 온전히 느껴야하는 것이었다. 너가 세상을 떠나도 우리는 여전히 너를 느끼고 너를 경험한다.  바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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