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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사랑이었고, 저것도 사랑이었다. #1

by Breeze

나는 밑동이 잘린 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었다. 내가 아름다움을 향유하자고 밑동을 자른 꽃을 꺾어 가지는 것이 미안했다. 그리고 시들어가는 꽃을 볼 용기가 없었고, 꽃을 관리할 바지런함이 부족했고, 시들고 난 꽃을 쓰레기통에 버릴 때 슬프고 미안해서 꽃을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녀는 꽃을 사랑한다. 꽃은 밑동이 잘려 죽음을 맞이하는 동안에도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찬란히 한껏 자신의 아름다움을 빛내며 자신의 자존심을 당당히 지키고 자신의 생을 있는 힘껏 피었다 미련없이 져버리는 꽃에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그녀도 꽃을 사랑한다. 부지런히 꽃의 밑동을 잘라 오래 오래 물을 먹을 수 있게 하고, 따스한 햇살을 잘 받을 수 있게 양지 바른 곳에 데려다주고, 꽃을 보살피며 생명력을 불어넣고 시들어 떨어진 꽃잎은 예쁘게 말려 꽃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꽃의 아름다움을 좋아한다고 했다.


또 다른 그녀는 꽃이 누구를 통해 왔느냐가 중요하고 그에 따라 꽃에 대한 관심은 달라진다고 했다. 그녀는 꽃보다는 자기가 돌보지 않아 버리려 한 화분에서 어느 날 뚫고 나온 잎사귀의 생명력을 좋아하고 자신의 관심이 없이도 크는 잎을 보며 그 때부터 매력을 느낀다고 했다.






'나 너 좋다' 이것은 욕망이지 사랑 아니에요.
사랑은 이해에요.
그가 무엇을 하든 어떻게 하든
'아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있겠다' 할 때
그게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이에요.
사람의 생각이 다르고 믿음이 다르고 이념이 다르다
- 법륜 스님 -

모든 객관적 주장에는 주관적 한계가 담긴다
- 철학가 리하르트 프레히트 -



우린 모두 주관적 한계에 살고 있다. 난 그래서 나를 '삶의 번역가'라고 나를 소개한다. 같은 꽃을 보고도 자신의 관점에 따라 번역이 달라지고, 삶이란 보물찾기에서 찾는 보물이 사람마다 달라진다. 어느 날, 친구에게 나는 삶의 번역가라고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내 친구의 입에선 내가 말한 '번역'이란 단어가 '해석'이라는 단어로 바껴서 표현 되어 나오는 것을 보고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에겐 번역과 해석은 다른 의미였기 때문이다. 그 친구에겐 내가 말한 번역이 해석이었을 수도 있고, 나처럼 번역과 해석이 달랐지만 내 이야기가 그에겐 해석으로 이해 되었을 수도 있다. 예전 같았으면 나를 정확히 이해시키기 위해 '해석'이 아니라 '번역'이라며 해석과 번역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었을 나이지만, 그렇게 생각한 그 친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번역이든 해석이든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하며 중요한 것은 너와 나가 이렇게 서로에게 서로를 표현하고 드러내고 꽃을 피우고 있는 <지금, 여기> 이지 싶었다.


법륜스님의 말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가고 알고 있는 말이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자꾸 놓친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이해(사랑)가 되려면, '자기 이해', 즉 '자기 사랑'이 먼저 되어야 함을 알았다. 나의 경우에는 나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를 했는데 상대의 반응이 '이래야 한다'라는 식이면 매우 반감이 높았다. 왜냐하면 나는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꾸려 하지 않기'를 추구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스스로 가장 누르며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었던 부분이 '이래야 한다'며 어떠한 방향으로 타인을 끌려는 내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듯 만약 상대가 정보 공유가 아닌 한 방향으로 이끌려는 모습이 보이면 완강히 거부했다. 사실 그것은 상대의 호의였을 수도 있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표현이었음에도 내게는 나를 바꾸려하거나 나를 틀렸다고 하는 불편함으로 번역이 되었고, 상대의 그 모습은 내가 사랑해주지 않은 내 모습으로 비춰졌다. 그것을 알아차리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학생 때 <언니의 독설> 이라는 책이 굉장히 유행을 했었는데 난 그 책이 유독 싫었다. 내용은 기억이 안나지만 '이래야 한다'라는 강력한 어투가 싫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래야 한다'라는 태도 또한 '있는 그대로, 바꾸려 하지 않기'로 사랑하고 싶은 또 하나의 꽃임을 알았다. 동시에 그 모습의 나도 사랑하게 된다. 사랑을 하면 자유로워진다. '너에게는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존중의 공간에선 사랑이 흐르고 그 공간을 향유하는 만큼 자유롭다. 아따 조오타! :)





KakaoTalk_20250207_102602795.jpg 겨울 방학 숙제로 손도장 찍어 가꾼 <꽃나라 꽃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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