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by Breeze

똑똑,

허니가 열어둔 문을 노크하고 들어왔어. 이 곳에서 무엇을 보고 듣고 두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네가 둔 눈물이 스민 베겟잇, 비상금이 여기에 있나 슬쩍 슬쩍 눈길이 가는 이야기 책장을 둘러봐. 그리고 '작은 위로가 되길'이라는 너가 남긴 예쁜 쪽지까지.

난 쇼파를 준비해봤어. 담요랑 쿠션도. 모닥불도 하나 피어두고, 트리도 두고 말이야. 가난한 마음에 너무 추워지지 않게 말이야. 응, 그리고 이건 에센스 보습이 들어간 각티슈야. 아무래도 눈물과 콧물이 '여기있다 꾀꼬리~' 하고 나올 각이잖아? 편하게 있다 가자. 해의 날엔 네가. 달의 날엔 내가.


이 곳에 들어오면서 떠올랐던 첫 '연애'의 이별. 관계의 끝남을 어떻게 다루어야할지 몰라서 이별 관련된 책들을 우걱우걱 먹었던 때가 있었어. 도저히 혼자서는 그 출구를 찾지 못하겠어서 이별의 미로를 빠져나오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발버둥치던 18년 전 그 때 말이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이별의 기술' - 이 제목이 또렷히 기억이 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처절했는지 아직도 느껴져.

겨울이 길었던 미국 작은 시골 마을에 미친 사람처럼 흐느적 흐느적 걷다가 난생 처음으로 마음 속에서 들렸던 내 목소리, "00아, 괜찮아" 신기하게도 그 목소리 한 마디에 찢어지게 고통스러웠던 마음 속 울부짐과 베인 상처들이 잠잠해지고 치유되는 느낌이었지. 한 마디로 '평안'. 새록 새록 떠올려보니 이별 덕분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면의 목소리. 생각도, 감정도 아니었고, 내 안에서 들렸던 내 목소리였는데.. 뭐였을까. 지금도 궁금해.



오늘은 세수를 하러 들어간 아침 화장실에서, 김치 볶음밥으로 저녁을 준비하는 주방에서 'If (만약에 그랬다면)'가 따라오더라.


만약에 네가 있었다면, 고기 구워주는 걸 좋아했던 네가 꿈이라고 언젠가 말한 스테이크 푸드트럭을 몰며 우리 살았어도 좋았겠다.
만약에 당신이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관계를 회복하려고 하셨다면, 아마 어머니는 용서하셨을 거에요


여전히 '후회'와 '다른 미래의 상상'이 쫄래 쫄래 따라다니고 있는 거 있지. 그래, 사랑이 흘러간 후에 남겨진 것들을 모아서 한번 같이 봐주자. 들어주고, 있어주고, 그렇게 말이야. 결국 할머니가 된 우리는 웃으며 말하게 될 거잖아. 그 또한 사랑이더라고.


이곳에 또 누군가 코코아를 들고 앉아서 불을 쬐다 가고, 빈 쇼파에 앉아서 쉬었다가 갈 수 있길 바라. 너의 바람에 보태어- : 이리저리 흘러가는 시간 속, 짧게 남긴 단상들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길 - by 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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