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연이길래

by Breeze

허니가 걸어둔 '어떤 사연'이란 문패를 보고 궁금해하며 클로버의 화답 문패 ‘어떤 사연이길래’를 걸어두었는데 일요일 문이 아직 안 열려서 내가 가진 이 열 손가락들이 키보드 위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어. 허허…어떤 사연이었을까? 덕분에 이번 주 일요일을 기다리는 기분이 평소와는 달라. 드라마에서 감질맛 나는 결정적 순간에 '다음 시간에...'를 보고 헉!! 하며 콩닥대는 기다리는 느낌이랄까나.




사연 없는 인생이 있을까. 매일매일 사연이 쌓이는 게 삶인걸. 오늘은 인디언의 지혜를 알려주는 책을 읽다가 와닿는 구절이 있었어.


나는 성공이란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The Wind is my Mother , Bear Heart -

묵직한 바위와 같은 느낌으로 공감이 되었어. 우리가 다른 사람은 다 속일 수 있어도, 단 한 사람 속일 수 없는 사람이 있잖아. 바로 ‘나 자신’. 자기기만인지 아닌지 조차도 다 지켜보고 있는 자신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는지 안 했는지 투명하게 알잖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아쉬움과 최선을 다하지 않은 후회는 분명 다르니 말이야.

최선을 다했다고 내가 원했던 목적지에 모두 도착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방황을 좀 했었어. 그 사실을 알기 되기 전까진 ‘진심은 통한다’라는 믿음이 원하는 결과로 증명이 되었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거든. 2년 동안 최선을 다해 두드리던 문이 열리지 않았을 때 말 그대로 멘탈붕괴였어. 멘붕. 누가 처음 사용한 말인지는 몰라도 ‘총 맞은 것처럼’만큼이나 그 상황을 겪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기가 막힌 표현 같아. 그때 멘붕의 이유는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어서 보다도 그동안 믿어왔던 ‘진심은 통한다’의 뿌리가 흔들리게 되어서였어. 나에게 진심이 통한다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룬다와 같은 말이었던 거지.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교만한 말인지 몰라.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한 이들은 그럼 진심이 부족했단 말이야? 아사다 마오와 김연아 둘 중 피겨 스케이팅에 누가 더 진심이고, 누가 더 최선을 다했는지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메달의 색깔만으로 ‘성공’을 가늠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삶의 코미디 아니겠어? 삶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데, 신을 모욕하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여하튼 최선이 원하는 곳에 당장 데려다주는 프리패스권이 아님은 진즉 삶을 통해 배웠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나’의 상태가 당연한 것이 아님을 경험하고 나니 오늘 인디언 베어 하트가 남겨두신 문장, ‘성공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진 깊은 뜻을 아하! 하고 알겠더라고. 워낙 저돌적이고 진취적이었던 나였기 때문에 하나에 꽂히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했어. 그런데 2023년 4월 이후, 내게 ‘최선’이라는 것은 하나밖에 없어서 버릴 순 없는 구멍 난 빨래 고무장갑 같았어. 껴봤자 물이 다 들어와서 찝찝하다가도 맨 손으로 빨기엔 제대로 빨 수도 없는 상태 말이야. 버려버리고 싶은 마음만 커지고 빨리 다른 거 새로 사버리고 싶은 마음. 최선을 다하는 것은 이제 지쳐서 하기 싫고, 최선을 다하는 것 말고 다른 요행을 찾으려는 마음이 닮고도 닮았지 않아? 그런데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나’의 상태가 당연한 것이 아님을 경험하고 나니 오늘 인디언 베어 하트가 남겨두신 문장, ‘성공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진 깊은 뜻을 아하! 하고 알겠더라고. 워낙 저돌적이고 진취적이었던 나였기 때문에 하나에 꽂히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했어.

이러한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곧 성공‘이라는 베어 하트의 말은 뜨끔! 하게 하면서 다시 예전처럼 살아 숨 쉬는 기쁨, 최선을 다하는 기쁨을 맛보고 싶다ㅡ 그래, 성공하고 싶은 마음, 최선을 다해보고 싶은 마음이 아직 살아있더라고.

허니, 넌 최선을 다하고 있니? 있다면 무엇에 최선을 다하고 있니?


오늘 광안리 해돋이는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어. 내일의 태양에게 부탁해야겠어. 내가 ’ 최선‘을 다할 방향을 비춰달라고. 그리로 걷다 보면 새로운 나의 사연이 우러나겠지?


2026.03.09. 광안리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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