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사별
이른 아침 6시 40분쯤 부산역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기차는 7시 34분 출발 - 예상보다 버스는 천천히 가고 시계 숫자는 빠르게 이동했다. 중간에 내려서 택시를 타야 할까? 궁둥이가 들썩 거렸지만 꼭 쥐고 있던 마음의 힘을 풀었다. 뜻대로 하소서ㅡ
오늘 서울행은 토요일 아침까지 갈팡질팡 했다. 서울을 가는 편 기차표는 일찍이 사두었지만, 부산으로 되돌아오는 기차표는 열어두었다. 그리고 지난주 사려고 보니 모두 매진이어서 멘붕이 왔다. 못 갈지도 몰라서 미리 양해를 구해두었고 매일매일 확인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눈이 떠진 새벽 4시에 간신히 1장을 구했다.
티켓표는 구했지만 다음은 내 몸상태와 재정상태에 대한 점검이었다. 이번 주 목요일부터 컨디션이 좋질 않아서 몸은 무거웠고, 통장은 가벼웠다. 그렇지만 내가 세상에서 본 커플 중 가장 사랑스럽고, 건강하고 예쁜 사랑이 무엇인지를 한결같이 보여준 남녀의 결혼식을 직관하고 싶었고, 축복의 박수를 함께 보내고 싶었다. 현실과 내 마음은 또 따로 놀았다.
토요일 새벽 5시 30분에 나누는 코칭 공명의 장이 마무리될 무렵 , 망설였던 50:50 마음에서 ‘나다운 선택’이 무엇인지 선택할 수 있었다. 취소버튼까지 갔던 손가락은 제자리로 돌아왔다. 가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잠시 후, 또 다른 이의 카톡이 왔다.
<사랑하는 남편이 영면하였습니다>
오전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의 첫 시작을 축하하러 갔다. 그들을 보면 마치 전생에 못다 이룬 슬픈 사랑을 이번 생 작정하고 마저 하려고 만난 사람 같단 상상이 들 정도다. 식은 그들의 사랑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오후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부부의 작별 인사를 위로하러 갔다. 눈물과 슬픔이 뒤범벅되었지만 얼마나 서로를 아끼고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식은 그들의 사랑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아이러니하게도 신혼부부의 보금자리와 작별 인사를 드리러 간 곳이 같은 동네였다.
4년 만에 온 당산역에 왔다. ‘아, 아직도 남아있구나. 다 꺼내서 되돌려보지 않은 걸음이 여기도 남아있었구나.‘ 또 울었다. 축복의 결혼과 갑작스러운 사별. 세상을 다 얻는 것 같은 기쁨과 세상이 다 무너져내리는 슬픔이 공존한 오늘이 너와 나의 압축판 같다.
갈팡질팡 끝에 후회 없는 걸음으로 두 부부의 사랑에 인사를 올리고 부산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내가 두 다리 뻗고 무탈하게 꿈속을 지날 때, 지구 어디선가는 폭탄이 떨어질까 두려움 속을 버티고 있다. 지구에서 우리네들의 삶이 참 신기하고 오늘따라 더 헛헛하다.
그래서 결론은 이 역할극에 너무 취하지도 말고 적당히 즐기며 잘 놀다 가자는 것. 평안과 사랑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