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안 그래요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다투시거나 무서운 상황이 되면 내 안에서 어떤 어른 여자의 목소리가 말을 걸었다. 머리가 찡~ 해지고 귀가 먹먹해지면서 그 소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지금은 흐릿해진 목소리지만 그러한 상황이 있었음은 또렷하다. 그 소리가 나올 것 같을 때가 싫었고 두려웠었다.
누구나 다 그런 건 줄 알았다. 당연한 건 줄 알았다.
난 물건을 보면 쓰레기처럼 보인다. 명품관에 있는 물건을 보면 오래 쓸 수 있는 쓰레기처럼 보인다.
누구나 다 그런 건 줄 알았다. 당연한 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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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 창업으로 사회생활을 처음 겪었을 때 거래처와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흔하게 했던 실수는 ‘당연히’였다.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하거나 당연히 이 조건은 기본일 거라고 생각하거나 등 ‘당연히’로 여겨서 소통에 오류가 나고, 심지어는 계약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도 발생했다.
다른 존재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각자의 ‘당연히’의 안경을 쓰고 산다는 것을 느낀다. 누구나 다 그렇다고 생각하고, 다들 그런다고 믿고 산다. 그리고 자신과 다른 사람은 ‘유별남’, ‘특이함’이라고 바라보고, 자신은 ‘보통’이라고 자위하며 안도감을 느끼기까지 하는 걸 더러 본다.
그런데 여기서 슬픈 건 ‘보통’이라는 자기 위로가 자신을 가둬버리는 창살감옥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들이 걸린다는 것이다. ’당연히 안경’에 갇혀버려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침묵한다. 내게 가깝고 소중한 이들일수록 내가 침묵하는 게 힘들고, 때론 한마디 보태는 어쭙잖음을 행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그 또한 그 존재에게 필요한 시간임을 믿는다.
모든 존재는 우주만큼 광활한 잠재력을 지녔으며 때가 되면 모두 본인만의 속도와 본인만의 답을 찾게 될 테니까.
내가 이 세상에 하고 싶은 건 빈 캔버스를 내어주고, 듣고 믿어주는 것이다. 그게 참 좋다. 내가 나에게 그러하듯, 너에게 그러고 싶다. 너에게 그러하듯, 나에게 그러고 싶다.
그리고 나의 답들은 이렇게 글로 토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