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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선 Aug 27. 2022

 진정한 교류에 대하여

2021년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한일시민간담회 후기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교육연대/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 사무국으로 9월 7일 복직한 이후로 처음 있었던 큰 행사였습니다. 역사디자인연구소에서 계속 평화교류와 활동에 목말라 있었던 차에, 행정직이 빈다기에 냉큼 돌아와 보니, 아뿔싸, 일이 많아도 이렇게 많을 수가. 그렇지 않아도 현장에서는 어리바리 해지는 편인데, 이리 동동, 저리 동동하다 보니 결국 기대했던 만큼 시민간담회 내용에 집중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전체적인 내용에 대한 후기라기보다는 내가 들을 수 있었던 이야기들에 대한 의견만 조금 남겨보고자 합니다.


<한일 과거사 인식의 갈등, 공유, 연대의 길>이라는 대주제로 진행된 이번 시민간담회는 작년 이맘때쯤 처음 진행된 시민간담회의 연장-조금 비판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자기 복제-이었습니다. 물론 과거사 문제를 다루는 한일의 여러 단체가 모여서 네트워킹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작년에도 이야기만 나오다가 그 이후 일 년간 흐지부지 되어버린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시민단체 간의 깊은 교류와 연대가 당장 가능하냐? 그런 질문을 던져본다면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기억에 남은 내용을 순서대로 정리해보자면, 강제동원, 종군’ 위안부’ 용어 문제, 간토대지진 등의 문제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1부의 내용은 기억에 남기지를 못했습니다. 회의장 세팅을 직전에 바꾸고, 통역 및 줌 설비에 애로사항이 있어서 계속 동동거리고 하다 보니 금세 1부가 지나버렸습니다. 오랫동안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와 활동하고 있는 어린이와교과서네트21(일본, 도쿄) 스즈키 도시오 사무국장과 어린이에게주지마!위험한교과서 오사카모임의 오우카 후미요 선생님을 오랜만에 뵈었는데 전혀 인사도 하지 못하고 지나쳐버렸습니다.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2부는 교류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차세대 역사인식과 대화의 가능성이라는 소제목 하에 각각  한일 청소년 대학생 역사대화를 진행하고 있는 고려대 정순일 교수/동아시아청소년역사체험캠프의 진행 교사(조정아,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청소년교육위원회 위원장)/‘한일의 답답함과 대학생인 나(日韓のもやもやと大学生の私)책의 저자(구마노 고에이, 히토츠바시대학 4학년)가 와서 각각의 교류 경험에 대해 직접 발표해주셨습니다.


모두 공들여서 교류를 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잘 전달되었지만,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고 있던 차에 구마노의 의견이 귀에 확 꽂혔습니다. 교류가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 일본은 자신의 가해성을 인정하고 역사인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된 교류가 많이 어려운 상황이지 않냐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덮어놓고 한국의 문화를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것이 한국인을 차별하지 않고, 더 나아가 역사 속에서 일어났던 차별과 가해의 역사를 인정하는 것이 되지는 않습니다. 역사교류를 위해서 모인 자리에서 차별의 구조를 없애버리고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다”든가, 피해의 역사에 대해서 스스로 공부하는 대신 “설명하도록 요구한다”든가 하는 행위는 모두 무지에서 비롯되는 폭력이라고 했습니다.


 어른들은 손쉽게 젊은이들의 화해와 평화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우선 해결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딪히는 것을 피하고 사이좋게 지내려고만 해서는 얻을 수 있는 평화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행복하고 즐거웠던 교류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치열한 고민이 들어간 교류에 대해서 고민을 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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