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브런치

취준생입니다만 무슨 문제 있습니까

by 여니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린 날이 생각난다. 2015년 가을이었고 아르바이트를 가는 길에 찍은 단풍나무를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해 놨었다. 첫 글에는 산뜻함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누구예요 잘부탁함다"와 같은 발랄함은 처박아두고 자기 연민을 범벅한 신세한탄이 주 내용이었다.


글을 올리지 않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는 자랐고 인생을 담백하게 바라볼 줄 아는 으른이 됐다. 내적 변화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변화가 많았다. 대학을 옮겨 졸업을 한 뒤 현재는 취업준비생이다. 지방 국립대, 문과, 여자, 27살 취업준비생, 그게 내 현주소다. 30번의 자소서를 쓰며 딱 한 번의 합격 연락을 받았다. 그마저도 인적성에서 광탈한 나는 자판을 매일 쉼 없이 두들기며 여러 회사에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오늘도 서(류)탈(락) 메일이 도착했다. '우리 회사에 지원해 줘서 너무 고맙고 탈락시켜서 미안해. 무궁한 발전을 바랄게' 회사 인사팀 단체로 작문 학원이라도 다니나 보다. 단어와 문장 배치만 다를 뿐 내용의 결은 쏙 빼닮은 탈락 메일이 내 수신함에 또 하나 얹혔다. 발전을 바란다면서 어느 회사도 내가 탈락하는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 점이 아이러니다. 그저 그런 스펙 탓인지, 나이 탓인지, 자소서 탓인지, 이시국씨 탓인지 알 수 없는 나는 사하라 사막에서 길을 잃은 파일럿처럼 언제 보일지 모르는 취업이라는 오아시스를 무작정 찾아 헤매고 있다.

하나같이 나한테 말한다. “30개가 뭐야. 자소서 50개는 써야 면접 한 번 볼 수 있어” 내가 모르는 세상에는 음료를 10번 구매하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공짜로 주는 동네 카페처럼 자소서 50개에 면접 1회권을 선물 받는 룰이 있는 걸까. '요즘에도 이 정도 돈만 주는 곳이 있구나'를 알려준 회사도 떨어진 나지만, 이렇게 무수히 화살을 쏘다보면 언젠가 하나쯤은 과녁 정중앙을 맞히겠지 라는 마음으로 힘내서 또 열심히 자소서를 쓴다. 밥벌이 흉내라도 내는 20대가 되고 싶어 글을 쓴다. 탈락에 슬퍼할 시간도 없는 바쁜 벌꿀이라 또 쓴다.


남들에겐 당연한 일상을 나도 누리고 싶다. 퇴근 후 맥주 한 잔 하면서 상사 개 같다고 욕도 하고 싶고 피땀 흘려 번 돈으로 효도도 하고 싶다. 애사 심이라는 것도 갖고 싶고 재테크도 하면서 미래 계획도 세워보고 싶다. 다른 취준생을 만나면 야,,, 너네는 취업 같은 거 하지 마라,,, 후,,, 허세 부리며 사회의 쓴 맛도 토로하고 싶다. 우주에 이름을 남기는 삶까진 바라지 않으니까 딱 그 정도만 하면 좋겠다. 이 글을 쓰면서 하나 느꼈다. 나는 아직 내 인생을 담백하게 바라볼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안녕하세요.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모든 인사팀 여러분.

성실하고요 빼는 거 없이 다 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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